지난 5월 구찌(Gucc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는 브랜드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각 분야의 구분을 철폐한 젠더리스(Genderless)와 시즌리스(Seasonless) 방식으로 변화를 선언한 바 있다. 패션업계는 통상 한 해 동안 4-5번의 패션쇼를 개최하며 신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을 이어왔는데, 이러한 관행적 체계에 물음표를 던졌던 미켈레가 올해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패션계의 미래가 더욱 불확실해지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나선 것. 11월 16일 공개된 ‘GucciFest’는 그 변화의 시작을 알린다.
먼저 미켈레는 반딧불이의 연회라는 의미인 “A Feast of Fireflies”을 선보이는데, 이는 우리가 마주한 거대한 어둠 속에서도 반딧불이의 불빛처럼 희망의 불씨를 잊지 말자는 취지다. 런웨이보다는 정기상영회 형식에 더 가까운 축제는 11월 16일부터 11월 22일까지 일주일간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엘리펀트(Elephant)” 등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이어온 미국의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 영화감독과 협업하여 제작한 7부작 영상 프로젝트 ‘Ouverture of Something That Never Ended’을 공개한다. 반 산트 감독과 미켈레는 로마의 어느 집에서 촬영된 첫 번째 에피소드 ‘At Home’와 같이 특정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상을 기록하여 컬렉션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미켈레는 해당 플랫폼을 활용해 최근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갭(Gap)의 파트너십 프로젝트에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되어 화제를 모은 모와로라 오군레시(Mowalola Ogulensi)의 브랜드 모와로라(Mowalola), 스웨덴 패션 듀오가 설립한 레이브 리뷰(Rave Review) 등 현재 패션계에서 주목해야 할 15개의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았다. 선정된 신예 독립 브랜드는 사회적, 환경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패션의 새로운 미래를 일궈내고 있는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컬렉션 콘텐츠를 소개할지 기대해도 좋겠다.
첫날 게시된 신예 브랜드는 영국 디자이너 프리야 알루왈리아(Priya Ahluwalia)의 알루왈리아(Ahluwalia)와 미국의 힐러리 타이모어(Hillary Taymour)의 콜리나 스트라다(Collina Strada)다. 알루왈리아는 사모나 오라니페쿤(Samona Olanipekun) 감독과 함께 런던 커뮤니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 나이지리아와 자메이카와 인도에서 온 12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5분의 시간 동안 알루왈리아는 디자이너의 전통과 추억이 묻어난 컬렉션뿐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원천인 ‘흑인의 모든 아름다움과 힘’을 보여준다.
한편, 뉴욕 패션 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콜리나 스트라다는 기존의 패션 필름과는 색다른 시도를 내세웠다. 콜리나 스트라다는 사진작가 찰리 엥만(Charlie Engman)과 멀티미디어 작가 프리카 텟(Freeka Tet) 및 다양한 예술가와의 협업하여 컴퓨터 게임 ‘Collina Land‘을 제작했다. 5가지 가상세계에서 브랜드 신제품을 입은 아바타를 통해 지정된 미션을 수행해나가면서 브랜드의 창의적인 매력을 알아갈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독립 브랜드들의 실험적인 사고를 응원하고 새로운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구찌. 공간과 시간이 한정된 런웨이를 벗어나 오로지 온라인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독창적인 디지털 미디어로 소통의 창을 연 미켈레의 구찌페스트는 패션계에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컬렉션 영상에는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등 패션 하우스의 뮤즈들의 카메오 출연도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일주일간 패션계가 나아갈 방향을 세계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GucciFest 공식 웹사이트
GucciFest: 신예 독립 브랜드 15개 리스트
Ahluwalia 컬렉션 영상
Collina Land 컴퓨터 게임
이미지와 영상 출처 | GucciF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