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F 그룹으로의 합류 이후 작년 여름에는 밀라노 스토어, 겨울에는 베를린 스토어를 오픈하며 무서운 속도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는 슈프림(Supreme)이 올해 LA에 새로운 스토어를 열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미국 서부의 세 번째 오프라인 스토어인 LA 매장의 위치는 웨스트 할리우드로 점쳐지고 있는 한편, 스토어 오픈 문제를 두고 지역 시민들이 시청에 민원을 접수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민원의 이유는 슈프림 스토어 개설로 인파가 몰리는 데서 발생할 위험과 교통 체증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시즌 동안 매주 목요일에 여러 아이템을 발매해온 슈프림은 지역 사회와의 갈등을 야기해왔다. 대표적으로 과거 슈프림 나이키 협업 폼포짓 발매 당시 많은 인파가 몰려 경찰과 충돌했고, 결국 모든 수량을 온라인 발매로 변경한 사례도 있다. 이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해서는 ‘Online Only’로 진행해왔다.
이러한 우려를 두고 현 슈프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웨스트 루빈스타인(West Rubistein)‘은 ‘우리 매장은 청결과 안전을 유지하며, 팝업과 같은 급작스러운 발매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미 안전한 구매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우려할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실제 현재 전 세계 슈프림 매장 모두는 발매 전 Register 추첨을 통해 번호를 부여받아 지정된 시간에 방문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과거의 줄서기 구매 방식이 합리적 형태로 변화했지만, 기존 캠핑 구매 방식 역시 브랜드 문화를 구성하는 큰 부분이기에 아쉬운 면이 있다. 발매 당일 긴 구매 행렬은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인 동시에, 구매자들의 패션과 발매 제품 착용 스냅샷과 등이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며 교류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런 캠핑 문화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를 향유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자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심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여러 디스트리뷰션의 발매 방식도 초창기에는 선착순 발매 방식에서 비롯된 캠핑 또는 인스타그램 팝업 공지를 통한 기습 발매로 이루어졌지만, 일부 구매자의 명단 이슈와 안전상의 문제 등으로 최근에는 대부분 라플 발매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접근성이 높은 라플 방식은 여러 비패션 커뮤니티에서도 발매정보가 공유되며 단순 리셀 목적의 구매로 활용되는 안타까운 상황 또한 벌어진다. 이에 드레스코드를 통한 인스타그램 라플이라던지, 발매 품목에 관련된 퀴즈 등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브랜드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긴 시간 캠핑하여 구매하는 고유한 느낌이 사라진 것도 사실.
이번 슈프림 웨스트 할리우드 오프라인 스토어는 오는 FW 시즌에 오픈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점점 대기업의 면모를 갖춰가는 슈프림이 기존 거리문화 유지와 지역 사회 갈등 사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주목해보자.
이미지 출처 | CBS Los Ange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