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카무라 히로키(Hiroki Nakamura)가 전개하는 일본의 패션 브랜드 ‘비즈빔(visvim)’의 22 SS 컬렉션이 공개됐다. 이번에도 빈티지 아카이브에 대한 히로키의 애정이 묻어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지만, 그 공수만큼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어 여전히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이런 높은 리테일가에 의문을 품는 이 역시 적지 않은데, 비즈빔의 의류 제작 과정을 알게 된다면, 그 궁금증은 자연스레 풀린다.
비즈빔은 자사의 오프라인 숍 이름을 F.I.L(Free International Lab)이라고 지칭한다. 이는 그들이 의류에 접근하는 방식이 마치 과학을 탐구하는 연구 방식이기 때문이다. 비즈빔은 다양한 문화의 전통 수공업 방식과 이를 잇는 장인 정신을 동경하며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한다. 전통과 현대기술 또는 문화와 문화의 실험적 융합을 시도하면서 이러한 영감의 원천을 ‘Dissertations‘라는 콘텐츠로 브랜드의 깊이와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에는 매 시즌 적극 활용하는 일본의 여러 전통 염색 기법 중 ‘Doro-Zome(Mud Dyeing 진흙 염색)‘을 조명했다.
머드 다잉은 에도 중기부터 이어져 온 일본의 전통적인 염색기법이다. 염색을 위해서는 철 성분을 다량 함유한 양질의 진흙이 필요한데, 이러한 진흙이 있는 곳은 일본 전역에서 그리 많지 않다. 화산이 있는 아마미오 섬(Amami Ōshima)이 이러한 장소 중 하나. 이 섬은 ‘오시마 명주(Oshima Tsumugi)’라는 고급 전통 원단을 제작하는 곳으로 여러 장인이 진흙 염색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본래 머드 다잉은 오시마 명주의 원사를 염색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법이지만, 비즈빔은 완성된 의류 전체를 염색한다. 이런 방식에 대해 비즈빔은 “제품 전체를 염색하게 되면 단순 염색 효과뿐 아니라 염색, 건조, 헹굼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의 구김이나 데미지로 독특한 질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의류 전체를 염색하는 방식은 건조 후 헹굼 과정에서도 기계 워싱을 진행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물을 머금은 무거운 의류를 손과 브러쉬로 정성껏 헹구는 과정 또한 의류에 전통의 가치를 새기는 것이다.
기사와 함께 첨부한 영상에서는 10년 넘게 비즈빔 의류의 진흙 염색을 맡아온 노자키 장인이 묵묵하게 염색 과정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조용하면서도 숙련된 움직임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 실제 제품을 받아본 후기 중에는 스냅 버튼에 진흙이 가득 차 있거나, 지퍼에 진흙이 껴 고장 나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염색 과정을 아는 브랜드의 팬에게는 이 또한 하나의 자부심이 되지 않을까. 과거 인터뷰에서 히로키는 ‘빈티지란 오래된 제품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문장이 바로 비즈빔의 추구하는 방향이자, 브랜드만이 가질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이미지 출처 | visv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