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국제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건 중 하나인 ‘이란 히잡 반대 시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2022년 9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되었다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의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의 국민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히잡 반대를 외치는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시위 구호인 ‘여성, 생명, 자유’에 감화받은 한 디자이너가 있었으니, 터키계 영국인인 딜라라 핀디코글루(Dilara Findikoglu)다. 그는 이번 런던 패션위크에서 ‘NOT A MAN’S TERRITORY’ 컬렉션을 발표하며 이란의 사태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여성의 몸을 향한 자유를 외치는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이번 컬렉션. 딜라라 핀디코글루는 “왜 남성들은 우리의 신체에 너무 많은 제재를 가하는가? 여성은 뭘 입지 못하는가? 얼마만큼의 머리카락을 가리고, 또 가리지 말아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을 이번 컬렉션에 숨겨놓았다”고 말했다.
오직 섹스 심볼로만 여겨진 배우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를 오마주한 룩이 쇼의 초반에 등장한다. 이어 모습을 비친 모델은 런웨이의 한복판에서 입고 있던 스커트를 벗어 밟아 버리기도, 긴 아우터의 지퍼를 내려 언더웨어를 드러내기도 한다. 워킹뿐 아니라 다양한 퍼포먼스와 액팅을 통해 본인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셈.
본인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마리옹 꼬띠아르(Marion Cotillard), 쥘리에트 비노슈(Juliette Stalens Binoche), 이자벨 위페르(Isabelle Anne Madeleine Huppert), 이자벨 아자니(Isabelle Yasmina Adjani).
물론, 옷을 통해서도 딜라라의 목소리는 한층 과감하게 표현된다. 한 모델은 머리카락을 땋아 만든 목걸이와 브라렛, 허리 장식을 착용하고 런웨이에 나섰다. 앞서 언급한 마흐사의 장례식에서 그의 누이가 슬퍼하며 본인의 머리카락을 잘라 관 위에 뿌리는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했다. 이후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여러 유명인들이 본인의 머리를 자르며 이란 시위에 지지를 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딜라라는 직접 자른 머리카락을 패션으로 승화하며 시위에 연대의 목소리를 보탠 것이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룩은 커트러리를 부착한 드레스. 금속성 때문일까, 얼핏 보면 갑옷을 입은 듯하다. 모델은 앉아있는 관객을 강렬한 눈빛으로 응시하며 런웨이를 걸었다. 갑옷을 입은 모델이 맨 마지막에 등장한 것은 아무래도 ‘앞으로는 원하는 대로 입을 것, 이를 위한 전쟁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딜라라의 선전포고가 아닐지.
이미지 출처 | VOGUE RUNWAY, 헤럴드 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