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구찌(GUCCI)의 아시아 최초 크루즈 컬렉션이 서울의 상징, 경복궁 근정전에서 펼쳐졌다. 1998년 한국에 진출한 구찌의 25년만 첫 한국 컬렉션이자, 지난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코스모고니 컬렉션 서울’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런웨이로 탈바꿈한 장소는 행각(궁궐 좌우로 늘어선 줄행랑) 아래의 긴 복도로, 모델 최소라가 오프닝으로 등장하며 쇼의 막을 올렸다. 구찌의 이번 컬렉션은 전반적으로 과거와 현재, 스트리트와 럭셔리, 스포츠웨어가 혼재된 하이브리드의 모습을 띄었는데, 이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나타나는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대표하기도 한다.
오프닝에 등장한 봄버 재킷은 이브닝드레스로 변신했으며, 과감한 테일러링 슈트, 실크 블라우스 등이 스케이트, 서퍼보드와 대비를 이루며 눈길을 끌었다. 쇼의 막바지에는 스쿠버 다이버, 서퍼의 웨트 슈트를 한복 치마를 연상시키는 A-라인 스커트와 매치하며 방점을 찍었다.
구찌의 이번 컬렉션은 경복궁이라는 공간적 요소뿐 아니라 음악에 있어서도 한국적 요소를 다분히 녹여낸 쇼였다. 프랑스 뮤지션 블라디미르 샬(Wladimir Schall)과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합을 맞춘 쇼의 음악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OST로 시작해 “기생충”의 간판 OST “짜파구리”로 마무리됐다.
한편 구찌의 이번 쇼는 브랜드의 새 디렉터 사바토 드 사르노(Sabato De Sarno)의 취임 후 첫 컬렉션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쇼에는 사바토가 아닌 구찌의 디자인 팀이 참여했다. 그의 첫 무대는 올 9월 열릴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라고.
지난달 잠수교에서 진행된 루이 비통(Louis Vuitton)에 이어 성공적으로 서울에 상륙한 구찌의 크루즈 컬렉션. 그 역사적 모습을 하단에서 함께 감상해 보자.
이미지 출처 | VOGUE RUN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