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패션 위크가 열릴 때마다 논란이 되는 브랜드가 있다. 대담한 연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브랜드, 아바바브(AVAVAV)다.
23 FW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펼쳐진 아바바브와 아바바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아테 칼손(Beate Karlsson)의 첫 번째 컬렉션 ‘Filthy Rich’에서는 모든 모델이 워킹을 진행하다 넘어졌고, 24 SS 두 번째 컬렉션 ‘No Time to Design’에서는 모델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등을 떠밀리며 허겁지겁 런웨이에 등장했다. 디자인 코멘트를 그대로 노출하며 미완성으로 쇼에 내보낸 옷도 존재했고, 옷이 없어 테이프만 대충 감고 나온 피스도 있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아바바브와 칼손은 단숨에 패션계의 라이징스타로 떠올랐지만, 커진 관심만큼 부정적인 평가 또한 많았다. 대체로 퍼포먼스에만 치중된 런웨이, 옷보다 관심이 먼저가 된 패션쇼라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악플과 비방 같은 잘못된 형식으로 번져나갔다. 칼손은 이러한 소셜 미디어 트롤링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행해지는 ‘트래쉬 토크(trash talk)’에 영감을 받아 24 FW 컬렉션 콘셉트를 쓰레기로 채운 것이다.
소셜미디어 계정 아이디와 함께 브랜드를 향한 악플과 부정적 코멘트를 양쪽 스크린에 띄우며 시작된 런웨이. 모델들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모델들에게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했고, 쇼 피스들은 오물로 인해 더럽게 오염됐다.
물론 이는 모두 의도된 연출이었다. 아바바브 측에서 관객들에게 직접 비닐장갑과 쓰레기가 담긴 양동이를 주고, 모델들이 등장할 때마다 쓰레기를 던지도록 한 것.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온라인 혐오와 소셜 미디어 트롤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쓰레기가 쇼를 뒤덮었다.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닥 때문에 피날레 때에는 모델들이 캣워크 중 넘어지기도 했다. 첫 번째 컬렉션 ‘Filthy Rich’ 때와는 다른, 의도치 않은 모먼트였다.
이번 쇼에서는 어깨라인이 보이지 않는 숄더 레스(shoulder-less) 후드티와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4발 부츠, 오버사이즈 칼라 셔츠, 시어 드레스, 프릴 미니 드레스 그리고 이스트팩(Eastpak)과 협업한 콜라보 가방 등이 등장했다.
온라인에서 만연하게 피어오르는 증오를 현실로 물리화하려는 시도와 함께, 부정성을 창조적인 표현의 힘으로 바꾼 아바바브의 2024 FW 컬렉션. 칼손은 이번 쇼를 통해서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모든 것들을 외면하고, 우리만의 의견에 집중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쾌한 비유를 통해 패션 산업의 주제를 탐구하는 브랜드이자 새로운 자극을 런웨이에 가져다주고 있는 브랜드, 아바바브. ‘아바바브’스러움이 무엇인지 묻는 인터뷰에서 “아직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더 우리의 비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밝힌 칼손이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은 비전은 무엇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지 출처 | Avava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