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기석이 또 다른 페르소나를 통해 오랜 시간 전개해 오던 자신의 브랜드 쿠시코크(KUSIKOHC)를 떠났다. 자신의 이름을 뒤집어 이름 지을 만큼 조기석 그 자체였던 브랜드 쿠시코크는 ‘실패할 권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6년 당차게 등장했다.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스타일로 출발부터 이목을 끈 쿠시코크는 가파른 성장세로 2022년에는 ‘BoF 500’에, 지난해에는 LVMH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안타깝게도 지난 5월 쿠시코그의 스튜디오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소품, 필름 카메라, 오브제 등 조기석이 20대를 바쳐 이뤄온 많은 추억들이 불타 소실됐고, 그 상실감은 조기석이 쿠시코크를 떠나게 되는 발화점이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재로 변해 버린 지옥같은 폐허에도 한 송이의 꽃이 피듯, 조기석은 이 아름다움을 개인 컬렉션 ‘Flower In The Ashes’로 토해내고 있다. 그가 지난 세월 수집한 옷과 기억들로 구성된 컬렉션은 불길을 형상화한 패디드 재킷과 베스트부터 불길에 타고 남은 조각을 이어 붙인 것만 같은 아우터, 팬츠, 캡 등 총 72가지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컬렉션 룩북 역시 스튜디오 복구 전 타버린 현장에서 그대로 촬영된 점이 흥미롭다.
컬렉션 피스 면면을 살펴보면 할리 데이비슨 패딩 재킷을 로고 뱃지로 뒤덮은 ‘Black Polyester Padded Jacket’, 데님 팬츠 여러 겹을 덧댄 ‘Blue Denim Pants’ 등 눈길을 끄는 가운데, 웹사이트 내 그의 컬렉션 타이틀을 나타내는 꽃 한 송이가 상의와 함께 등장한 점이 인 상깊다.
해당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올해 12월에는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만큼 얼마 남지 않은 조기석의 쿠시코크와 그가 전하는 마지막 인사를 함께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지. ‘Flower In The Ashes’의 모든 컬렉션 피스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Flower In The Ashe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Flower In The As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