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와 하이엔드를 넘나드는 기린아,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가 2016년 S/S 컬렉션 룩북을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 역시 본고장 러시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자신의 조국을 끔찍이 아끼는 85년생의 디자이너가 보여주는 90년대 포스트 펑크의 모스크바는 실제 그 영광의 시절을 만끽했던, 원숙함마저 느껴진다. 동시에 현재 세계 젊은이들의 복식 흐름을 교묘히 따라가는 모습은 상당히 놀랍다. 생경했던 러시아어는 어느새 유행의 척도가 되었다. 불현듯 나타난 고샤 루브친스키는 현 패션계에 명확한 흔적을 남기는 중이다.
망치와 낫이 살벌하게 교차한 구 소련 국기 그래픽을 필두로 과감한 절개와 그에 따른 컬러의 조화는 80년대 스포츠 재킷의 기본기를 그대로 따왔다. 이제는 먼 과거가 되어버린 조지오웰(George Orwell) 작(作) “1984”의 디스토피아, 어두웠던 철의 장막을 지나 러시아를 대표하는 예술가 알렉산드르 롯첸코(Alexander Rodchenk)로 귀결한다. 읽어낼 것이 너무나 많은 고샤 루브친스키의 컬렉션은 룩북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즐겁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가볍게 표현, 이에 더해 기교 없이 있는 그대로를 나타낸 룩북은 더할 나위 없다. 생소함과 신선함은 분명 확실한 차이가 있다. 지금껏 호기심으로 고샤 루브친스키를 대했다면, 이제 그 시각을 조금 바꿔보아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