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Balenciaga)의 아트디렉터이자 자신의 브랜드 베트멍(Vetements)으로 지금의 패션 마켓에서 온갖 기행을 펼치며 승승장구하는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가 2018 발렌시아가의 S/S 맨즈 컬렉션 캠페인 이미지를 통해 또 한 번의 파격을 가져왔다. 어느 순간 ‘차려입는 행위’가 더 이상 멋지지 않아졌고, 누가 얼마나 대충 입느냐가 멋, 트렌드의 척도가 된 요상한 시대에 뎀나 바잘리아는 지금의 유행을 계속해 선도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 역시 뎀나 바잘리아의 정신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는데, 앞의 놈코어, 아웃도어 브랜드의 의류를 대충 걸쳐 입는 고프코어를 넘어 대디코어─마치 패션에 무신경한 아버지가 옷을 입듯, 멋대로 입는 패션─까지 넘어가 버렸다. 몇십 년 동안 아버지의 옷장에 고이 걸려 있을 법한 와이드 핏 블레이저와 팬츠, 황학동 어딘가에서 주워온 듯한 마운틴 재킷 등을 마구 섞어 놓았는데, 이쯤 되면 굳이 신경 써서 옷을 입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몇몇 패션 추종자에 의해 대두하는 대디 슈즈의 은밀한 유행 또한 뎀나 바잘리아의 시선을 따라가 볼 수 있는 흥미로운 현상인 것처럼. ‘날씨 좋은 날, 아이들과 공원에 놀러 나온 젊은 아빠’가 영감의 원천이었다는 그의 말은 평범하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의류로 다시금 세상에 변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