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남성복 박람회 피티워모(Pitti Uomo)에서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스트리트, 하이엔드 패션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두 브랜드가 합동 패션쇼를 열었다. 명실상부 전위적인 패션으로 전 세계인을 매료하는 언더커버(Undercover)의 준 타카하시(Takahashi Jun)와 넘버나인(Number (N)ine) 이후 솔로이스트(TAKAHIROMIYASHITATheSoloist.)로 새로운 아성을 쌓는 타카히로 미야시타(Miyashita Takahito)가 의기투합한 이번 패션쇼는 90년대 후반부터 오랜 우정을 쌓은 둘이 질서와 장애(Order/Disoder)를 주제로 그들이 가진 생각을 의류, 그리고 쇼 전반에 투영했다.
종종 크게 머지않은 미래에 과연 우리는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이에 언더커버와 솔로이스트 두 브랜드는 그 앞날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이미 내린 듯하다. 언더커버는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 A Space Odyssey 1968)의 스토리를 본 컬렉션과 평행하게 쇼를 구성했으며, 미래적 장치와 그에 걸맞은 디자인으로 빠른 속도로 고도화하는 사회와 인간 사이의 아슬아슬한 불균형을 그 컬렉션으로 이야기한다.
언더커버의 쇼가 끝난 후 이어진 솔로이스트 쇼를 통해 보여준 미야시타의 우주는 조금 더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스크와 후드로 얼굴을 가린 모델은 그 신체를 다시 한번 스트랩으로 구속해 마치 미래 우주 유목민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비주얼을 선보인다. 미야시타는 솔로이스트의 최신 컬렉션에 대해 지금의 패션에서 한 걸음 벗어난 새로운 멜로디이자 고전의 진위성을 재해석하는 컬렉션이라 자평했다.
하나의 주제, 그러나 양면성으로 엮인 두 브랜드의 합동 패션쇼는 근래 어떤 패션의 흐름보다 흥미롭다.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는 두 브랜드가 함께 쇼를 진행하기 겨우 이틀 전 서로의 컬렉션을 확인했다는 것. 짧지 않은 시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두 디렉터의 믿음이 그 바탕에 깔려있겠지만, 이와 같은 화학작용은 한 브랜드에서 뻗어 나온 레이블이라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백색과 흑색으로 서로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화려하고 난해하기 그지없었던 쇼를 마무리하는 장면은 우라하라를 넘어 도쿄, 세계 전역으로 뻗어 나간 두 브랜드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천천히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