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소비에트 연방은 여전히 냉전 중이었지만, 당시 서기장이었던 고르바초프 휘하에 페레스트로이카라는 사회주의 개혁 이데올로기 또한 한창이었다. 당시 정체한 소련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다방면에서의 개혁을 시작했는데, 이는 당시 경직되고 어두웠던 소련 전반의 의복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주의 하면 떠오르는 어둡고 칙칙한 코트, 조악한 옷가지를 벗어난 화려하고 다채로운 스타일의 등장은 그간 억눌린 패션에 대한 갈망을 분출해낸 것 같았다. 극동의 추운 날씨를 잊게 할 만큼 밝고 활기찬 러시아 패션 변혁은 그간 우리가 가지고 있던 냉전의 음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구시대 아카이브를 수집하는 웹사이트 플래시백(Flashbak)은 1987년부터 89년까지 러시아 잡지에 등장한 패션 브랜드 카탈로그를 통해 러시아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보여준다. 마치 지금의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를 연상케 하는 아동복부터 당시의 패션 유행을 드러내는 성인복까지, 러시아 멋쟁이로 가득 채워진 그 때 그시절 소비에트 패션 카탈로그를 천천히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