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스트리트 스타일(Senior Street Style)’, 노인과 스트리트 패션은 좀처럼 함께 쓰이지 않는 두 단어지만, 살아온 세월만큼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연륜이야말로 본인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 할머니들이 핫핑크를 그렇게 잘 소화하기 어려울 테니까. 차이나타운 프리티(Chinatown Pretty)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오랫동안 살아온 노인의 패션과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기록하는 블로그다. 두 친구 안드리아 로(Andria Lo)와 발레리 루(Valerie Luu)는 길거리에서 마주친 ‘예쁜’, 그러니까 그들의 할머니를 연상케 하는 노인을 촬영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 삼아 이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손수 뜨개질한 스웨터, 꽃무늬와 원색의 아이템 등 일반적으로 ‘할머니 같기 때문에’ 촌스럽다고 여겨지는 것을 할머니다운 스웩으로 소화하고 있는 이들의 사진은 여느 패션 사진 못지않게 멋지다. 이뿐 아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간 땡땡이로 치장한 고운 할머니, 온통 핀과 배지로 장식한 모자와 검은 가죽 재킷으로 멀리서도 눈에 띄는 진정한 펑크 룩의 할아버지. 감히 누구도 시도하기 힘든, 다소 무리수인 패션도 차이나타운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멋지게 소화한다. 차이나타운에는 ‘차이나’로 뭉뚱그려지는 여러 아시아 국가 출신 이민자와 그 2세, 3세가 살고 있다. 그만큼 그들의 인터뷰에는 패션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미국에서 살아가는 아시안으로서의 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엮여 있다.
블로그를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를 읽어 보거나,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훑어보듯 가볍게 그들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구경해볼 수도 있다. 오는 22일에 열리는 오프닝 파티를 시작으로 6월까지 계속되는 사진전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이 기간 샌프란시스코 여행 계획이 있다면 한 번 방문해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