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온 거리를 꽃밭으로 물들였던 그 아이템을 기억하는가.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라는 이름과 함께 등장한 활짝 웃고 있는 꽃 모양의 그것은 지드래곤(G-Dragon)의 재킷에 옮겨지며, 대중에게 그 이름을 알렸다. 덩달아 많은 이들이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라는 아티스트를 인식하게 된 키 아이템이기도 한데, 그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범용성으로 소형 액세서리부터 우산, 가방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카테고리의 가품으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뭐가 오리지널인지도 헷갈리는 카이카이 키키의 물결 속에 무라카미 다카시의 협업 아이템이 홀연히 나타났다. 올해 초 파리 패션 위크 F/W 2019(Paris Fashion Week Fall/Week 2019)에서 무라카미가 직접 착용한 모습으로 정체를 드러낸 무라카미 다카시와 포터(Porter)의 협업 가방은 많은 이의 이목을 끌며, 성공적인 티저 이미지를 선보였다.
올리브 컬러의 나일론 백으로 이루어진 세 종류의 가방은 포터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인 럭색(Ruck Sack)과 투 웨이 헬멧백(2-way helmet Bag), 웨이스트 백(Waist Bag)으로 그 모두 가방 크기를 압도하는 커다란 카이카이 키키 꽃이 부착되어 있다. 단단한 만듦새와 실용성을 앞세운 포터의 가방이지만, 그 균형을 깨버리는 카이카이 키키 플라워가 보는 재미를 배가한다. 그간 꽃의 이미지에 걸맞은 화려한 컬러링이 카이카이 키키 플라워만을 봐온 이들에게는 올리브 단색으로 완성된 새 외모에 생경함을 느낄 수 있을 것.
단순 브랜드 협업이 아닌 아티스트와의 협업이기에 그 가격 역시 만만치 않다. 가장 저렴한 웨이스트 백이 한화 80만 원 정도로 투 웨이 헬멧백과 럭색은 모두 한화 1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오는 7월 20일 포터 오모테산도, 마루노우치, 오사카, 스탠다드, 시나가와역, 도쿄역 스토어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구매 방법 역시 수월하지 않은데, 협업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온라인 티켓 발부 시스템인 패스마켓(PassMarket)에서 추첨권 사전 등록을 해야 하며, 운 좋게 당첨이 되었다 한들 적어도 하나의 포터 제품을 착용해야만 무라카미 다카시 x 포터 협업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일 인당 한 점포에서 단 하나의 제품만을 판매한다고 하니 그 문턱은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가방 하나에 이렇게까지 노력을 들여야 하나 싶지만, 컬렉터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 법. 관심이 있다면, 이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