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보드는 지금껏 유스컬처, 서브컬처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뿐인가, 수많은 스케이터는 스케이트보딩의 역사 속에서 한 번의 성공을 위한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감각적인 스케이트 필름에 그들의 움직임을 담아왔다.
비록 스케이트 필름을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은 어렵지만, 스케이트보드에 미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미리 선보인 바 있으며 영화 마니아에게도 좋은 평을 받았던 “미드90(Mid90s)”가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9월 25일 정식개봉이 확정되었다.
영화는 9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스케이트보드를 사랑하는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배우 조나 힐(Jonah Hill)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미 2018년 베를린 국제영화제(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LGBTI 작품에 수여하는 테디 어워드(Teddy Awards)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 초청되기도 했다. 또한 바이스(VICE)의 에디터 저스틴 스테이플스(Justin Staples)는 이 영화를 올해의 영화라고 할 정도로 높이 평가했다.
제작을 맡은 영화사 ‘A24’는 “유전(Hereditary)”, “문라이트(Moonlight)”, “레이디 버드(Lady Bird)”, “킬링 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 등 색깔 있는 영화를 제작했으며 한국에서도 꽤 좋은 평을 받고 있다.
“킬링 디어”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아역 배우 서니 설직(Sunny Suljic)은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스티비(a.k.a 써니) 역을 맡으며 폭발적인 연기력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또한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루카스 헤지스(Lucas Hedges)가 동생을 괴롭히는 전형적인 형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안’을 연기했고, “신비한 동물사전”의 히로인이자 극 중 스티비의 엄마 ‘데브니’를 연기한 캐서린 워터스턴(Katherine Waterston)이 출연했다.
그러나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배우들은 주인공 써니와 실제 스케이트보더다. 스케이터 나켈 스미스(Na-kel Smith)와 올랜 프레나트(Olan Prenatt)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고 연출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영화에서 눈여겨볼 요소는 더 다양하다. 감독 조나 힐의 유년 시절에 불던 웨스트사이드 힙합, 스케이트보드 문화, 얼터너티브 록, 90년대 독립 영화까지 그가 영향받은 영감의 원천을 감각적으로 녹여냈고 90년대 LA 배경의 분위기를 16mm 필름으로 4:3 비율로 담아내며 그야말로 스케이트 필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85분의 러닝 타임 때문인지 몰라도 다소 치밀하지 못한 전개가 옥의 티지만, 영화 감상에는 큰 무리가 없으며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와 “데드풀(DEADPOOL)”의 번역가 황석희의 맛깔나는 번역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의 음악을 맡은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와 애티커스 로스(Atticus Ross)가 참여하는 것으로도 이미 주목을 받았는데, 이들은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급 인더스트리얼 록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멤버이며 영화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로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 개봉의 영화 홍보 카피는 ‘세게 부딪혔던 끝내주는 우리의 VHS TAPE’로 스케이터의 취향을 저격한다. 과연, 이 영화가 우리의 VHS TAPE인지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