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거장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대만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 에드워드 양(Edward Yang)의 1986년 개봉작 “공포분자(The Terrorizers)”가 34년 만에 정식 개봉한다.
영화 “공포분자”는 “타이베이 스토리”,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과 함께 이른바 타이베이 3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으로 2011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된 특별전에서 상영된 적이 있기도 했지만, 정식으로 개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평범하지만 어딘가 권태로운 인물들이 대도시 타이페이에서 어떤 우연한 사건으로 서로가 얽혀있다. 밤과 낮을 오가고 현실과 꿈의 경계마저 알 수 없는 오묘한 상황은 점점 비극적으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독특한 질감으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고, 에드워드 양의 1980년대 작품 중에서도 수작으로도 평가받는다. 이 작품을 계기로 그는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포분자”를 비롯한 에드워드 양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당시 국민당의 독재와 검열로 영화가 현실을 가린 채 환상만을 보여주던 이전의 사조에 반기를 들고 혼란스러운 진짜 현실과 그것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펼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80년대 한국 영화 제작 현실도 대만과 다르지 않았으며 “바보선언” 이장호 감독을 비롯해 검열에 대항하는 감독들이 충무로에도 등장했기 때문에 어딘가 동질감이 드는 것.
영화 “공포분자”는 9월 17일로 개봉이 확정되었다. 극장 관람이 꺼려지는 요즘이지만, 블록버스터 작품에 비하면 다소 관객이 붐비지 않는 예술영화라는 점에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듯하다.
이미지 출처│Naver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