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저린(Tangerine)”,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로 국내에도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 “레드 로켓 (Red Rocket)” 특별 상영이 3월 18일부터 23일까지 광화문에 자리한 에무 시네마에서 열린다.
영화는 L.A에서 포르노 배우로 활동하던 주인공 ‘마이키’가 빈털터리가 되자 별거 중이었던 아내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뻔뻔하게 아내 집에 얹혀 지낼 계획을 품고 있는 마이키를 보고 아연실색하는 부인과 장모, 결국 집세를 같이 부담하는 것으로 그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러나 어느 날 도넛츠 가게에서 일하는 십 대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마이키의 ‘웃픈’ 스토리가 전개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BIFF)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얻은”레드로켓”의 상영전 감독의 인사말에서는 “웃음을 잃어가는 요즘 시대에 재밌는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주인공 ‘마이키’를 보고 슬프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라며 관객들에게 영화를 즐겨주기를 희망했다.
관전 포인트
사이먼 렉스 (Simon Rex)
주인공 마이키 역을 맡은 사이먼 렉스는 전설의 패러디 영화 “무서운 영화(Scary Movie)” 시리즈에서 ‘조지’ 역으로 출연하며 알려졌다. 이번 영화에서는 한물간 남자 포르노 배우에서 작은 동네의 갱들로부터 대마초를 운반하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 재밌는 사실은 그가 19세 때부터 모델을 시작하고, ‘세바스챤’이라는 예명으로 포르노 작품 활동도 펼쳤다는 점. 이후 MTV VJ를 하면서 점차 얼굴을 알리고, 래퍼 투팍(2Pac)의 인터뷰까지 하게 된다.
주로 코미디 작품을 통해 등장하는 사이먼 렉스는 “레드 로켓”에서도 여지없이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다. 아내와 장모, 그리고 동네의 갱들은 극 중 마이키(사이먼 렉스)를 언제나 무시하기 일쑤. 하지만 도넛 가게에서 일하는 십 대 소녀 ‘스트로베리’ 앞에서는 허세 가득한 면모를 보인다. 몰래 돈을 모으고 있던 마이키는 새 인생을 시작하고자 도망칠 계획을 세우는데, 마치 영화 “비스티 보이즈”에서 하정우의 캐릭터와 닮은 지점을 발견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사이먼 렉스는 “레드 로켓”으로 2022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lm Independent Spirit Awards)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
코닥 필름(Kodak Film)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색채와 질감은 많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는데, 비결은 코닥 필름 (Kodak Film)에 있다. 코닥 필름이 가진 특유의 질감은 오직 코닥에서만 그려낼 수 있다. 이미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코닥 필름으로 촬영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며 한동안 촬영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션 베이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코닥 필름으로 촬영하며 지방 소도시의 한적함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덤으로 주인공 마이키의 별 볼 일 없는 일상과 대비되는 여자친구 스트로베리의 집과 동네는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 차있는데, 코닥 필름과 만나 생동감을 크게 끌어올렸다.
엔싱크(*NSYNC) – Bye Bye Bye
트레일러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음악은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보이그룹 엔싱크의 히트곡 “Bye Bye Bye”다. 극중 스트로베리 역을 맡은 배우 수잔나 손(Suzanna Son)’이 이 곡을 커버하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고, 대사 중에 인용되는 등 영화를 관통하는 곡이다. 특히 주인공 마이키의 마지막 질주를 장식하는 결정적 장면의 음악으로 사용된다. “레드 로켓”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곡인 만큼 마이키의 질주 장면을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자.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정식 개봉이 아닌 특별 상영으로 만날 수 있는 상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배경과 몇몇 장면이 일부 관객에게는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라 추측해본다. 그러나 블랙 코미디 장르의 불편함을 극복하는 것도 이 작품을 보는 묘미가 될 것.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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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A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