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빈 교실에 두고 온 물건을 찾으러 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공포 영화의 유명한 클리셰이기도 한데,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수많은 학생으로 시끌벅적했던,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 고요한 적막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은 머리털이 쭈뼛 서는 섬뜩함을 유발한다.
인파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마네킹만 남은 백화점, 인적 드문 심야의 지하철역 등 친숙한 공간 같지만, 알 수 없는 위화감과 두려움을 자아내는 공간을 이르는 밈(Meme)이 바로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다. 본래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제3의 공간을 뜻하는 건축, 예술 분야의 개념인 리미널 스페이스는 서구권 서브컬처 커뮤니티와 함께 몇 가지의 콘텐츠로 발전한다.
리미널 스페이스의 부흥에 크게 기여한 콘텐츠 중 하나가 “백룸(The Backrooms)”.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이끌려 미지의 세계에 갇힌다는 도시 전설을 영상화한 콘텐츠로 누런 바닥과 벽지, 그리고 형광등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탈출이 불가한 미로가 그 배경이다. 심지어, 백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 또한 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콘셉트를 바탕으로 17세의 VFX 아티스트 케인 파슨스(Kane Parsons)가 영상을 제작,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인 후 지금까지 1억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 그 팬덤의 규모를 계속해 키워나갔다.
그리고 바로 어제 미국의 영화 제작, 배급사인 A24와 아토믹 몬스터(Atomic Monster), 처닌 엔터테인먼트(Chernin Entertainment)가 “백룸”의 판권을 구매, 이를 영화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인 파슨스가 감독을 맡고, 로베르토 파티노(Roberto Patino)가 각본을 담당할 예정이며, 파운드 풋티지(Found Footage)─실제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일종─ 장르로 제작된다고.
이미 전 세계적인 공포 밈으로 웹을 떠들썩하게 달구는 “백룸”의 영화화 소식은 벌써부터 국내외 공포/호러 무비 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모니터와 스마트폰 액정이 아닌 거대한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미지의 세계는 그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 아직 영화 제작에 관한 세부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백룸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걸 유념하며, 미지의 세계로 떠날 채비를 서두르자.
이미지 출처 | Kane Pi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