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영화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Berlinale)가 지난 2월 26일 막을 내렸다. 1951년을 기점으로 시작해 벌써 73번째 영화제를 마친 것. 전통적이라 해서 고리타분하고 안전한 선택지만 존재했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 이번엔 과연 누구의 손에 곰 트로피가 쥐어졌을지를 살펴보자.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너의 이름은”의 감독 신카이 마코토(Makoto Shinkai)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경쟁 부문 후보에 올라 화제를 끌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초청된 것으로는 21년만. 장르를 가리지 않겠다는 포부대로 애니메이션도 후보로 선정하는 과감함이 돋보이는 대목이지만, 아쉽게도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냉전 시기 자유 진영의 전시장 역할을 했던 베를린국제영화제는 21세기 전쟁에도 목소리를 냈다. 개막식에선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가 라이브 스트림을 통해 연설했다. 한편 상영작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란의 민주화를 지지하며 별도의 행사를 마련되기도 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시상식. 대망의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곰상은 정신질환자 주간보호시설을 다룬 다큐멘터리, “아다망에서(Sur l’Adamant)”의 니콜라 필리베르(Nicolas Philibert)에게 쥐어졌다. 심사위원대상 은곰상은 베를린 출신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Christian Petzold)가 오랜만에 가져온 신작 “붉은 하늘(Afire)”로 향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수상자는 경쟁 부문 주연배우상(은곰상)의 소피아 오테로(Sofia Otero). 올해로 8살인 그녀는 “2만 종의 벌들(20,000 especies de abejas)”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소녀 루치아 역을 분했다. 역대 최연소 수상이다. “연기에 내 삶을 바치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조연배우상(은곰상)은 “밤의 끝까지(Bis ans Ende der Nacht)”의 테아 에레(Thea Ehre)에게 주어졌다. 트랜스젠더 배우가 연기상을 탄 3대 영화제 최초의 경우다. 2020년 신설된 인카운터 부문의 작품상은 바 데보스의 “히어(Here)”에, 단편황금곰상은 여성 해방을 다룬 키저와니(Keserwany) 자매의 “Les chenilles”에 안겼다. 공로상인 명예 황금곰상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에게로.
주제, 장르, 정체성 그 무엇도 가리지 않고 지조 있는 선택을 보여준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후보작 중 일부는 국내 개봉도 예정되어 있으니 다양하고 독립적이고 또 대담한 영화들을 곧 만나보시길.
Berlinale 공식 웹사이트
Berlinale 2023 수상자&심사위원 정보
이미지 출처 | Berli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