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턴 투 서울”은 한국인 입양아인 ‘프레디(박지민 분)’가 우연히 한국에 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영화는 기존의 한국인 입양아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 기대되는 가족 드라마의 서사에 철저히 저항한다. 영화 초반에 프레디는 가족을 찾을 생각이 없었으나, 되려 한국인들이 친부모를 찾아야 하지 않냐고 말한다. 마치 프레디에게 입양아가 응당 가져야 할 감정과 행동을 왜 가지지 않냐고 강요하는 것처럼 말이다.
프레디는 ‘한국인 입양아’라는 하나의 정체성에 순응하기보다는, 자신의 직관에 따라 행동한다. 술을 마시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입양 센터를 찾는다. 프레디가 친부모를 찾기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자신의 뿌리를 찾으면 정체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그때부터 자신의 깊은 내면을 마주하고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주인공 프레디를 연기한 ‘박지민’은 프랑스에서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예술가이며, 이 영화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전까지 연기를 해본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녀 또한 9세에 한국에서 프랑스로 건너 온 이민자이기 때문일까. 그녀의 연기는 프레디의 내밀한 감정을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절제된 표정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의 원제는 “내가 결코 될 수 없는 모든 사람(All The People I’ll Never Be)”이었다. 감독인 데이비 추(Davy Chou)는 캄보디아 학살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한 이민자 2세이다. 그가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갔을 때 느꼈던 감정에서 비롯된 제목이라고. “학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캄보디아에서 태어났어야 했다. 그것이 내 운명이었지만 지금 나는 여기에 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살아온 삶은 정반대다. 내가 결코 될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을 그곳에서 보았다.”
“리턴 투 서울”은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국제 장편 후보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지난 3일 개봉했으니 이번 연휴는 극장가를 찾아 예측 불가능한 가족 영화, “리턴 투 서울”과 함께해 봐도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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