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자기도 모르는 새 깜빡 잠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대사의 공백이란 장벽에 진입조차 어려운 이들도 있을 터. 그런 이들에게 이번 상연은 눈과 귀를 모두 충족시켜 줄 즐거운 행사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되는 ‘It x Jazz’ 행사는 1927년 개봉한 클라렌스 G. 배저(Clarence G. Badger) 감독의 영화 “It”에 색소포니스트 김오키, 피아니스트 진수영, 베이시스트 정수민의 라이브 공연을 함께 선보인다. 영사기의 소리를 감추기 위해 오르간 등의 연주를 곁들였던 당시의 현장감과 즉흥성도 경험할 수 있을 것.

1927년은 최초의 유성 영화가 나온 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명작이라 꼽히는 무성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던 때이다.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기에 촌스럽거나 유치할 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시대의 낭만을 전하는 동시에 과감한 연출로 신선함을 더하기도 한다. “It”은 백화점의 점원인 베티가 후계자인 사이러스를 짝사랑하며 다가가는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로, 여주인공을 맡은 클라라 보(Clara Bow)를 말 그대로 ‘잇 걸’로 만든 영화다.

필름은 오랫동안 유실되었으나 1960년대 프라하에서 사본이 발견되어 2022년 파라마운트에서 복원을 진행했고 현재의 우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신여성의 도래를 알린 1920년대, 짧은 보브 헤어와 플래퍼 드레스가 주는 자유롭고 경쾌한 분위기가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를 김오키가 실험적으로 재해석하여 작곡한 재즈 라이브까지 더해진다고 하니 초여름의 생동감을 영화로 맞이해보자.

한국영상자료원 공식 웹사이트
김오키 인스타그램 계정
진수영 인스타그램 계정
정수민 인스타그램 계정

행사 정보

일시 │2023년 6월 16일, 17일
장소 │한국영상자료원
예매 │상영일 5일 전 오전 11시

이미지 출처 | 한국영상자료원, I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