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칸 영화제의 총아로 불리며 황금종려상을 제외한 모든 상을 휩쓰는 저력을 보였던 퀘백 출신의 배우 겸 감독 자비에 돌란(Xavier Dolan)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수요일 스페인 일간지 El País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화와 연출을 포기하려 한다. 더 이상 2년 동안 그 누구도 보지 않으려 하는 프로젝트에 전념하고픈 욕구가 없다. 열정을 쏟아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실망뿐이다”라는 말로 영화계 은퇴를 시사했다.
2009년 첫 장편 연출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I Killed My Mother)”를 통해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상을 받은 이래로 2016년 “단지 세상의 끝(It’s Only the End of the World)”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쥘 때까지 자비에 돌란은 줄곧 칸 영화제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단지 세상의 끝”의 비평적 실패를 시작으로 자비에 돌란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했고, 이후 발표한 “존 F. 도노반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John F. Donovan)”와 “마티아스와 막심(Matthias et Maxime)”은 모두 비평과 흥행에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자비에 돌란은 자신의 부정적인 평가에 지친 것일까? 그는 인터뷰에서 “예술은 의미 없다 (Art is meaningless)”라는 발언으로 강하게 영화계와 예술 활동에 대한 회의를 드러냈다. 감각적인 플레이리스트와 비주얼을 통해 많은 팬을 거닐었던 그지만 더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2021년 첫 TV 시리즈 “The Night Logan Woke Up”을 연출한 이후 앞으로는 TV 시리즈와 광고 연출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그의 영화를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겠지만,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영화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향후 그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테렌스 맬릭(Terrence Malick)이 1978년 “천국의 나날들(The Days of Heaven)” 연출 이후 “씬 레드 라인(Thin Red Line)”을 발표하기까지 20년이 걸린 것처럼 그도 언젠가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추후 행보를 지켜보자.
이미지 출처 | Los Angeles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