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잔혹한 리얼리티 예능을 다룬 다큐멘터리 “The Contestant”, TIFF 공개

1990년대 말 니혼TV의 방송 “나가라! 전파 소년((進め!電波少年))”은 가학성과 파격성의 정점을 찍는 리얼리티 예능을 제작해 왔다. 가령 “버려진 섬에서 탈출하기”, “아프리카에서 유럽까지 히치하이킹 만으로 횡단하기” 같은 터무니없는 콘셉트의 리얼리티 예능으로 시청률 전쟁에 참여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역사상 최악의 리얼리티 예능으로 꼽히는 편은 단연 일본의 무명 코미디언 ‘나스비(하마츠 도모아키)’를 대상으로 촬영한 “경품 응모만으로 생활하기”다.

신인 개그맨들을 대상으로 한 제비 뽑기에 당첨된 ‘나스비’는 당첨 직후 제작진에 의해 전라의 상태로 모르는 방에 감금됐다. 쇼의 규칙은 단순한데, 잡지와 라디오에 엽서를 보내 당첨된 경품으로만 생활하는 것. 그는 한 달에 약 6,000통에 가까운 엽서를 보냈고 회당 1,700만 명이 넘는 시청자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물론 그는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제작진은 전라 상태로 감금된 나스비를 24시간 인터넷 생중계하기로 했고, 그는 현실판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되었다.

나스비 쇼의 마지막. 끝까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애당초 쇼의 목표는 100만 엔 달성 시 종영이었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끈 ‘나스비’ 때문에 제작진은 그를 한국에서도 3개월간 추가 감금하며 외전 격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다. 쇼의 마지막까지 그는 천 명이 넘는 관중들 앞에서 전라 상태로 미션 성공 사실을 전해 들었고, 나스비는 이후 자신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자살 기도를 시도할 정도로 폐인으로 전락했다(훗날 이런 포맷의 예능은 KBS의 “김한석의 유리의 성”에서도 이어져 많은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클레어 티틀리(Clair Titley)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리얼리티 쇼였던 전파소년 사건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쇼의 주인공이었던 나스비를 비롯해 그의 주변인들과 제작진의 최측근들을 인터뷰하며 90년대 말 인권 유린을 자행했던 일본의 쇼 비즈니스의 현실을 폭로하고자 했다. 한때 자살 기도까지 시도했던 나스비의 건강해진 근황도 함께 전해 들을 수 있었다고.

다큐멘터리 “더 콘테스턴트(The Contestant)”는 9월 8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되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앞선 세 차례의 상영에서 인디와이어(Indiewire), 버라이어티(Variety) 등 다수의 영화 매체가 앞다투어 다큐멘터리에 대한 호평을 이어갔다. 박찬욱의 “올드보이”도, 짐 캐리의 “트루먼 쇼”도 나스비의 현실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 했다. 90년대 말 인권을 유린당하며 스타가 된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더 콘테스턴트”의 국내 상영을 기다려 보자.


이미지 출처 | t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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