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브라우닝(Tod Browning)의 1923년 작품 “Freaks”에는 영화의 제목처럼 기형인들이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결혼식 축하연 장면이 등장한다. 주인공 난쟁이는 그와 다르게 일반적인 신체를 가졌으나 품성이 사악한 ‘클레오파트라’라는 여자에게 홀라당 넘어가 그녀를 신부로 맞이하게 되는데, 피로연에서 이 난쟁이 신랑이 신부에게 술잔을 들이밀자 그의 하객(기형인)들이 외친다. “One of us! One of us! One of us!(우리 중 하나! 우리 중 하나! 우리 중 하나!)” 이 친구들 중에는 신체의 일부가 붙어서 태어나는 일란성쌍둥이, 곧 ‘샴쌍둥이’도 있다.

‘샴쌍둥이’는 17세기 창과 앵 벙커(Chang and Eng Bunker)라는 태국계 미국인 결합 쌍둥이가 세간에 (거의)최초로 알려지며 그들을 샴쌍둥이라고 부르던 것을 어원으로 한다. ‘Siam(샴 또는 시암)’은 태국의 옛 명칭인데(샴 고양이도 같은 맥락으로 태국 고양이라는 뜻이다), 이후 다른 결합 쌍둥이들 역시 태국 출신이 아니더라도 전부 샴쌍둥이로 부르게 되었다. 최근에는 샴쌍둥이 대신 ‘결합 쌍둥이’로 대체해서 부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샴쌍둥이에 대해 마저 설명하려면 ‘프릭쇼(Freak Show)’에 대한 설명을 빼놓을 수 없다. 창과 앵 벙커 형제는 사기꾼과 비상한 사업가의 면모를 둘 다 갖춘 악명 높은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hineas Taylor Barnum)과 계약해 서커스에 발을 들이며 ‘샴쌍둥이’로 유명세를 탔다. 바넘의 사업이 대성하면서 17세기 중반부터 도처에서 다양한 프릭쇼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는데, 당연하게도 인권이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던 시대답게 이들은 학대당하기 일쑤였고, 죽을 때까지 착취당하며 비참한 인생을 살았다(글에 맨 처음에 소개한 “Freaks”에 출연한 온갖 괴인들도 실제로 프릭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고). 그에 반해, 바넘과 계약한 창과 앵은 막대한 출연료를 벌어들여 인생의 말로까지 풍족하게 살았다.

프릭쇼와 사업가 바넘의 이야기는 할리우드 영화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묘사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바넘 역할에는 휴 잭맨(Hugh Jackman)이 열연을 펼쳤고, 드라마틱하게 전개한 전기적 영화답게 바넘을 미화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여기까지 읽는다면 언더도그마 심리로 단순하게 바넘은 악당이고 샴쌍둥이는(고액의 대가를 지불받긴 했어도) 착취당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바넘은 인권 유린적인 서커스에서 단원들을 학대하고 사기에 가까운 마케팅 전략으로 관객들을 기만하긴 했으나, 그렇게 번 돈으로 노예제 폐지·인종차별 반대·의료서비스 비영리화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프릭쇼는 사회에서 이미 차별당하던 이들에게, 그 원인을 이용해 큰돈을 벌게 해 주었다는 논리로 정당화됐다. 한편, 창과 앵 형제는 프릭쇼의 수익금으로 수많은 흑인 노예를 부린 명백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본인들도 차별받는 아시아인에 결합 쌍둥이었으면서 말이다. 인간은 정말 한쪽 면만 보고는 알 수가 없다.

시간이 흘러 인권 의식이 강화된 뒤 프릭쇼는 당연히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프릭쇼라는 단어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요즘에도 부조리한 전시 방식을 택하거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른바 ‘생쇼’를 하는 걸 뜻하는 단어로 영어권 문화에 자리 잡았다. 프릭쇼와 샴쌍둥이의 이야기로 알 수 있듯이 사회는 차별적인 인식에 대해 천천히 나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다수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One of them(그들 중 하나)’으로 보는 태도가 남아있다. 영화 “Freaks”에서 기형인들이 외쳤던 것처럼, 모두를 ‘One of us(우리 중 하나)’로 대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본다.

이미지 출처｜IMDb, Wikipedia, Broadway Sh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