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영화사로 회귀’는 최근 영화계의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일까? 지난 추석 개봉했던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김기영 감독을 둘러싼 촬영장을 다루었고, 올 초에는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이 유성 영화에서 무성 영화로 변환되어가는 할리우드의 격변기를 담은 영화 “바빌론(Babylon)”을 공개했다.
지난 5년간의 흐름으로 넓혀 보아도,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는 오손 웰스(Orson Welles)의 “시민 케인(Citizen Kane)”의 각본가 허먼 맨키위츠(Herman Mankiewicz)의 이야기를 다룬 “맹크(Mank)”, 쿠엔틴 타란티노의 1960년대 할리우드 쇠퇴기에 대한 헌사로 가득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처럼 영화사의 한 지점에 대한 향수의 작업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 우리 곁을 떠난 누벨바그의 거장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dard)의 이야기가 영화화된다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 프랑스의 배우 전문 캐스팅 커뮤니티 ‘Castprod’에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Breathless)”의 시절을 다룬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의 영화 캐스팅 공고가 올라온 것. 해당 게시물에는 장 뤽 고다르를 비롯해, 장 콕토(Jean Cocteau), 로베르 브레송(Robert Bresson), 자크 리베트(Jacques Rivette) 등 누벨바그 동료들의 배역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링클레이터 측에서 해당 영화 제작 소식에 대한 반응은 아직 없는 상황이지만, 지난 10월 링클레이터는 언론을 통해 새로운 작품이 2024년 프랑스에서 촬영될 예정이며, 프랑스어로만 이루어진 각본과 “누벨바그”와 관련된 영화일 것이라는 힌트를 남긴 바 있다.
2017년 “아티스트(The Artist)”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미셀 하자나비시우스(Michel Hazanavicius)가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Le Redoutable)”라는 영화를 통해 고다르의 삶을 이미 한 차례 영화화했다. 당시 고다르 역을 맡은 루이 가렐(Louis Garrel)은 엄청난 싱크로율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으나, “네 멋대로 해라”의 촬영 시기가 아닌 고다르가 68혁명과 함께 맞이한 영화의 변곡점을 어떤 풍자와 신화화의 해체라는 방식으로 촬영했던 만큼, 링클레이터가 찍을 영화는 어떤 점에서 하자나비시우스의 작품과 다를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이미지 출처 | World of Reels, Castprod,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