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8살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최연소 수상자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결선에서 연주한 두 곡 중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유튜브 누적 조회수 1,325만 회에 달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또한, 준결승에서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슈만이 “이 곡을 이 세상에서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10명 정도일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라고 언급했을 정도인데, 12곡 전곡을 한 시간에 걸쳐 완벽하게 연주해 냈다. 임윤찬은 전 세계가 열광하는 가운데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에 영감을 준 인물로 대가야의 악사 우륵을 꼽기도 하고, “음악만을 위해서 살고 싶다”라고 하며 어린 나이에 깊은 음악적 성숙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12월 20일 개봉을 앞둔 “크레센도(Cresendo)”는 이러한 경연의 실황과 더불어 그 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크레센도”는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의 60주년을 기념한 다큐멘터리이기도 해 임윤찬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자의 인터뷰와 참가자의 경연 장면, 경연에 참여하기 위해 텍사스로 와 경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또한, 이 영화는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의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 냉전이 한창이던 1958년, 텍사스 출생의 반 클라이번(Van Cliburn)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International Tchaikovsky Competition)에서 우승했는데, 그의 우승은 이 대회가 스푸트니크의 발사 이후 소련의 문화적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고안된 대회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일화는 음악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갈등을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1962년 개최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음악적 재능뿐만 아니라 그 인도주의적인 정신을 기리고 있다.
‘점점 세게’ 연주하라는 음악 기호 크레센도의 의미처럼, 앞으로 더 발전할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선의의 경쟁의 현장을 12월 20일부터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C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