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의 “노 베어스(No Bears)”가 국내에 개봉했다. “노 베어스”는 영화 자체의 구조와 형식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을 둘러싼 실제 상황을 이해해야만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감독한 자파르 파나히는 2010년 반체제 활동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출국 금지와 영화 제작 금지를 선고받은 바 있는데,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 “노 베어스”를 만들었다.
“노 베어스”는 감독이 직접 출현하는 셀프 다큐 형식의 영화로, 국외로 도피하려는 한 커플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고자 한 것이 그 시작이다. 출국 금지 명령을 받은 자파르는 이란의 국경 마을에 머물며 튀르키예에서 진행되는 영화 촬영을 원격으로 지휘한다. 하지만 우연하게도 감독이 머무르는 마을에서도 오랜 미신과 관습에 억압받는 연인이 도피를 계획 중이었다. “노 베어스”는 감독이 처한 실제 현실, 영화를 제작하면서 마주하는 현실, 그리고 감독이 만나게 되는 영화 속 연인의 모습을 실재와 허구 사이에서 엮어내 서사를 만들어낸다.
“노 베어스”는 영화의 촬영 과정이 곧 형식이자 줄거리다. 어디서부터가 연출이고 어디서부터가 실제 상황인지, 실재와 허구의 경계선이 해체됨에 따라 관객은 이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영화의 제목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No Bears”, 즉 ‘없는 곰’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곰으로 공포를 심는 현실에 대한 상징으로, 감독 자신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암시한다.
영화적 가상과 실제 현실이 교차하여 특별한 서사를 전달하는 “노 베어스”는 현재 국내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C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