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하모니 코린(Harmony Korine)과 뮤지션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합작으로 수많은 시네필과 힙합 팬의 이목을 끌었던 “AGGRO DR1FT”를 드디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 평론 플랫폼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는 38점이라는 절대 높지 않은 점수를 자랑하는 “AGGRO DR1FT”는 작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는데, 상영 중에 관객 여럿이 중도 퇴장했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 만큼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샀다. 이번 작품이 과연 코린과 스캇의 명성에 걸맞을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첫 번째 장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 있는 크레이지 걸스(Crazy Girls) 스트립 클럽이라고.
“AGGRO DR1FT”의 스트립 클럽 개봉은 코린이 친구들과 함께 창립한 멀티미디어 디자인 컬렉티브 엣지로드(EDGLRD)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영화 상영 투어의 일환인 것으로 확인된다. 오는 2월 7일 크레이지 걸스에서의 데뷔 이후 미국 전역 다소 특이한 베뉴에서 연이은 상영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80분의 러닝타임 내내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되고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인공지능 기술과 시각 효과(VFX)가 사용된 만큼 영화 자체의 실험성이 빛날 수 있는 환경에서 관객을 만나고자 스트립 클럽과 같은 베뉴를 선택한 것이 아닐지.
“AGGRO DR1FT”는 스캇이 연기하는 범죄 조직 두목을 쫓는 살인 청부업자의 여정을 그린 영화로, 코린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미학적 게임 코어’라고 칭한 바 있다. 비디오 게임 안에 있는 느낌은 어떨지,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것은 무엇일지 상상하며 영화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환상적이고 마치 환각에 빠진 듯한 느낌을 자아냈으리라 예상된다. 원래도 괴기하고 비정형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코린이지만 기존 작품에 비해서도 훨씬 분위기와 스타일에 치중한 것으로 확인되며, 이러한 부분에 유의하기만 한다면 많은 비평가가 문제 삼은 ‘실속 없음’에 덜 실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작품은 앞서 언급한 엣지로드 컬렉티브에서 준비한 첫 장편 영화로, 코린은 엣지로드의 결성 이후 직접 그린 미술 작품 전시회 개최, 보일러 룸(Boiler Room) 디제잉 데뷔 등 해당 단체와 함께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트래비스 스캇은 작년 정규 앨범 [UTOPIA]의 발매에 이어 이와 연계한 옴니버스 영화 “Circus Maximus”를 통해서 연기와 연출 경험을 쌓았으며, “AGGRO DR1FT””의 개봉 이후 어떤 방향으로 필모그래피를 늘려나갈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이미지 출처 | Film at Lincoln Center,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