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년 만에 발견된 John Ford의 무성 영화

“지평선이 화면의 상단과 하단에 있을 땐 관객들은 흥미로워하고, 가운데에 있으면 관객들이 지루해한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파벨만스(The Fabelmans)”에서 한 남자가 주인공 새미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다. 시가를 물고, 얼굴에 입술 자국을 덕지덕지 남긴 모습으로 영화의 정수를 가르치던 남자, 서부극의 황제이자, 영화의 제왕이라 불리는 사나이, 존 포드(John Ford)의 신작이 106년 만에 공개됐다.

물론, 그가 예토전생해 무덤을 박차고 일어나 카메라를 들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간 게티 이미지 아카이브(Getty Image Archive)에 영화의 일부인 30분 분량만 남아있던 존 포드의 “The Scarlet Drop” 필름 전체가 칠레에서 발견됐다. 무성영화 시절인 1918년 제작된 이 영화는 남북전쟁 당시 지역 민병대 입영을 거부하고 약탈자 무리에 합류한 뒤, 종전 후 목에 현상금이 걸린 도망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장기인 서부극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영화다. 존 포드와 26편의 서부극을 찍었던 해리 캐리(Harry Carey)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영화가 발견된 과정이 꽤나 극적이다. 칠레 산티아고의 낡은 창고에서 발견된 이 필름은 무려 재건축 철거를 하루 남긴 상태였다. 극적으로 구조에 성공된 필름 원본은 디지털화 작업을 거쳐 지난 9월 발파라소 복원 영화제에서 한 차례 소규모 상영을 진행했다. 디지털화를 담당한 발파라소 복원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제이미 코르도바(Jaime Cordova)의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나는 살아 남기를 택한 영화들이 있다고 생각한다(I think there are films that decide to live)”. 자칫 로스트 미디어로 영영 빛을 볼 수 없던 또 다른 영화가 106년의 세월을 거슬러 끝내 우리에게 도착했다.


이미지 출처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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