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그 영향 또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이를 자국 전통문화와 결합해 표현한 사례는 흔하지 않다. 터키의 그래픽 아티스트 무라트 팔타(Murat Palta)는 할리우드 영화의 장면을 오스만 세밀화라는 형식으로 꾸준히 패러디한다.
무라트 팔타는 2012년 대학교에서 대중문화 관련 졸업 논문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던 중 스타워즈를 오스만 제국에서 만들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했다. 그는 곧바로 16세기 오스만 튀르크 제국 풍의 세밀화 기법을 사용해 ‘오스만 스타 워즈(Ottoman Star Wars)’를 창작했다. 술탄과 예니체리의 복식을 입은 다스 베이더와 스톰 트루퍼의 집합 장면을 재구성하여 그린 이 그림은 터키의 어느 웹사이트에 올려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 (1991)’, ‘시계태엽 오렌지(1971)’, ‘킬 빌(2003)’ 등 여러 할리우드 고전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대작 영화를 골라 꾸준히 작업 중이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의 중요한 장면을 잘 포착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을 항상 터키 전통 복식과 화풍으로 표현하고, 이슬람 특유의 패턴을 그린 액자형 테두리 안에 인물과 사물을 많이 그려 상황을 설명하는 세밀화의 기법을 충실하게 지켜 재해석하는데 뛰어나다. 거기에다 마치 오래되어 풍화된 벽화를 보는 것처럼 채색된 곳을 일부러 깎고 벗겨내는 디테일까지 보여준다. 우리가 알던 영화도 낯설게 그렸기 때문에 어떤 영화인지 맞춰보는 일도 무라트 팔타의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