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넷플릭스(Netflix). 지난 17일(현지 시각) 주주들에게 “디즈니, HBO는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이들은 자신들의 말을 입증하듯 올해 오스카(Oscar) 시상식에서 무려 15편의 작품을 후보작 명단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아직 만족하기는 이른 걸까. 22일(현지 시각) 미국 영화협회(MPAA) 회장 찰스 리브킨(Charles Rivkin)이 넷플릭스의 협회 가입을 발표하면서 세계 미디어 산업은 다시 한번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영화협회는 할리우드의 영화사들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무려 94년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그동안 6개사 ─ 소니(Sony Pictures),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 21세기 폭스(Twentieth Century Fox), 파라마운트(Paramount Pictures), 디즈니(Walt Disney Studios), 유니버셜(Universal City Studios) ─ 만을 회원으로 두었던 이 폐쇄적인 단체는 과거 콘텐츠 공급 문제를 두고 넷플릭스와 실랑이하기도 했는데, 이 둘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완화된 이유를 두고 많은 매체가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두 매체는 콘텐츠 불법복제 문제 관련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사는 물론이거니와, 넷플릭스 역시 자체 콘텐츠들을 제작하면서 불법복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된 것. 적군의 적은 아군이라고 하던가. 공동의 적을 두게 된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해 힘을 합치게 되었다는 해석은 분명 상당히 신빙성 있다.
두 번째 해석은 중국 시장을 노리는 이들의 야심이 넷플릭스의 협회 가입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미국영화협회는 그동안 꾸준한 로비를 통해 중국 내 할리우드 영화 쿼터를 34편까지 확대한 바 있고, 넷플릭스 역시 현재 바이두 (Baidu)의 자회사인 아이치이(iQiyi)와의 계약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입한 상태. 미국영화협회와 넷플릭스의 이번 협업을 통해 앞으로 중국 시장 내 미국 콘텐츠들의 유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해석은 미국영화협회가 21세기 폭스와 디즈니의 합병으로 넷플릭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현재 미국영화협회 내 회원사들은 매년 1,200만 달러를 협회에 지급하고 있는데, 디즈니와 21세기 폭스가 합병하게 될 경우 그만큼 회비 수입은 줄어들게 된다. 결국, 협회의 활동과 유지를 위해 미국영화협회가 넷플릭스의 가입을 승인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중 어떤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세계 미디어 산업이 다시 한번 크게 변화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 듯하다. 이달 초 인터넷협회를 탈퇴한 뒤 갑작스럽게 영화 제작사의 타이틀을 얻게 된 넷플릭스. 그들의 변신에 각국의 정부와 미디어 기업들이 내놓을 대응책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