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하(Xin Seha), 정규 [1000] 발매

뮤지션 신세하(Xin Seha)가 지난 10월 27일, 정규 앨범 [1000]을 발매했다. 신세하는 레트로 혹은 뉴트로가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금의 한국 음악 신(Scene)에서도 꾸준히 뉴 웨이브 장르를 자신의 감성으로 새로이 녹여내며 쉽게 형용하기 힘든 그만의 것을 보여준 뮤지션이다. 신세하라는 뮤지션의 개성은 그가 사용하는 가느다란 음색과 몽롱한 신스 사운드가 만드는 분위기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본작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70~80년대의 팝적인 바이브를 보여줄 것이라는 선입견을 기분 좋게 배반한다. 첫 곡 “Crystal”부터 동양적인 음계로 마림바를 연주하며, 이내 곧 일본 아티스트 ‘NTsKi’와 신세하가 번갈아 노래를 부른다. 왠지 알듯 말듯한 두 아티스트의 벌스를 지나면 피처링에 정식 표기되지 않은 래퍼 김아일(Qim Isle)이 ‘자신은 마음속에 크리스탈이 있는 것처럼 환하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주제를 풀어낸다. 이후로 신세하의 진짜 ‘나’ 혹은 ‘나다움’에 대한 고찰은 하염없이 그리고 몹시 진중하게 이어진다.

우드블록의 규칙적인 비트와 훵키한 신스를 골조로 자신에게 내재된 것을 꺼내어 보여주길 바라는 “불러모아”를 지나, 타이틀 곡 “1000”에서는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다가 이내 풍성한 인스트루멘탈 위에서 가요계의 여왕 엄정화의 목소리와 합을 맞춘다. 여기에서 두 사람은 누구도 밀쳐낼 수 없는 자신의 생각이 ‘1000킬로그램’이나 된다고 하며 음악 스펙트럼의 다양함 그리고 그 기조의 굳건함을 강조한다. 이윽고 “mind time chime”에서는 차임과 신스, 피아노를 적절히 사용해 동양적인 분위기를 다시금 조성한다. 또 하나의 타이틀곡 “나”에서는 브라스와 플루트 속에서 엄정화가 본격적으로 ‘나다움’ 그 자체 외에는 더 묻지 않기를 청한다.

후반부는 조금 더 동양적인 분위기를 내는 데 치중한다. “Blank Music”에서는 비브라폰을 닮은 음을 반복적으로 재지한 브라스와 잘 섞어 냈고, “Lizard, Lung”에서는 아예 꽹과리로 박자를 연주하고 비파를 중심으로 하여 중간에 김아일의 애드리브를 추가하는 등 다채로움을 한껏 더한다. 마지막 트랙 “999”에서 다시 ‘서양’으로 돌아와 아주 훵키한 드럼 비트와 신스, 베이스 사운드로 마무리한다.

본작의 사운드는 기교를 자제한 신세하의 창법, 비교적 적은 노랫말과 비교했을 때 맥시멀리즘(Maximalism)을 지향한 듯 전개되는 구간마다 촘촘하고 섬세하게 추가되는 세션이 대비의 균형을 맞춘다. 물론 뉴트로 흐름의 총아로 시작한 그답게 신스 사운드가 주를 이루지만, 브라스와 플루트, 벨과 차임 및 기타 퍼커션, 꽹과리를 포함한 동양 악기 및 상기한 것 외에도 미처 다 알지 못할 무수한 악기들이 임의의 시점에 사용되어 신세하 자신과 곡에 대한 리스너의 예측을 차단한다.

곡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기에 청각적인 즐거움이 있고, 그 변화무쌍함을 사용해 결국 흔들리지 않는 ‘나다움’이 존재함을 지속적으로 피력한다. 이를 보면 ‘큼’, 또는 ‘많음’을 표현할 때 동양권에서 큰 수의 대명사로 곧잘 사용하는 백(百)과 만(萬)이 아닌 천(千)을 강조하며 이를 앨범 타이틀로 정한 것은 매우 절묘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신세하가 1000킬로그램인 만큼 아주 단단히 마음먹고 보여주는 진한 ‘나다움’을 한번 감상해 보자.

신세하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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