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밀리 레스토랑 Denny’s를 가장 뜨거운 공연장으로 바꿔놓은 펑크 밴드 Wacko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보일러룸(Boiler Room)과 서클(Cercle)의 컨텐츠를 접하다 보면 공연장이 공연의 용도로 한정된 공간이 아닌 색다른 베뉴(Venue)에서 디제잉과 라이브를 진행한 영상 콘텐츠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태싯그룹(Tacit Group)이 특별한 공간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것처럼 많은 아티스트와 프로모터가 베뉴를 변화함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평범하지 않은 공간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데는 각기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펑크 밴드는 많은 이유 중 대체로 ‘자금에 여유가 많지 않아서’라는 까닭에 생소한 장소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스트리트 브랜드 바빌론 LA(Babylon LA)와 게스(Guess)의 협업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는데, 그때 한국을 방문했던 바빌론 LA의 오너 리 스필먼(Lee Spielman)이 보컬로 활동하는 밴드 트래쉬 토크(Trash Talk)는 샌프란시스코에 유명 레코드 숍인 라스푸틴 뮤직(Rasputin Music)에서 공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프로디지(The Prodigy)의 세션 멤버이자 스케이트보드 신(Scene)과 하드코어 펑크의 전설적 밴드인 수이사이덜 텐던시스(Suicidal Tendencies)의 기타 멤버 벤 웨인먼(Ben Weinman)이 딜린저 이스케이프 플랜(Dillinger Escape Plan) 멤버 시절, 뉴욕 타임스퀘어 버진 메가스토어(Virgin Megastore) 건물 안에서 공연한 사실 또한 유명한 일화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펑크 밴드들은 지금까지도 교회, 학교, 결혼식장, 사회공동체 시설처럼 규모가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개인 생활공간인 주택 뒷마당, 차고, 거실, 지하실 등에서도 공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으며 하드코어 신에는 이와 같은 특이점을 꼬집어서 만든 밈(Meme) 이 상당히 많다. 서울 유스크루(Youth Crew) 밴드 플러쉬(Flush!!)는 몇 달 전 유럽투어 중 화장실에서 공연하다 세면대가 부서지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 장면이 유럽 하드코어 신 사이에서 크게 회자되었다.

이처럼 특이한 공간에서 벌인 공연과 각종 사건은 단순한 소동으로 치부되기 마련이었는데 몇 주 전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Denny’s)의 캘리포니아 산타아나 매장에서 와코(Wacko)라는 펑크 밴드가 연주한 이 공연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유명 매체 타임(Time), 폭스 뉴스(Fox News), 롤링스톤(Rolling Stone)에서 이번 사건을 보도했다. 

사실 데니스에서 공연을 한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2013년 한 하드코어 밴드가 데니스에서 공연한 영상이 몇 년 후 한 트위터 이용자를 통해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조금 커지면서 논란이 증폭된 것이다. 2019년 12월 14일 저녁, 산타아나 데니스 매장 안팎으로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들 모두가 베이컨과 팬케이크를 먹으러 온 건 아니었기에 매장 매니저는 당황했다고 한다. 공연은 17살의 어린 청소년이 기획했으며 매장에 아무런 통보 없이 진행됐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빌렸을 뿐’이라고 하였다. 공연 전날 와코와 주변인들이 데니스의 로고, ‘Exclusive : Denny’s Employees Attack‘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공연 포스터를 올려 홍보함으로써 사람들이 모였고 그 숫자가 매장 안을 꽉 채우고 가게 밖에서까지 공연을 보려고 장사진을 이루었다. 

유일한 라인업인 와코가 단 20분 정도 연주했고 매장 안과 밖에서 모쉬 핏(Mosh Pit)이 난무하며 오프라인은 물론 소셜 미디어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뜨거운 호응을 보냈지만, 매장은 순식간에 곳곳이 파손되며 피해를 낳았다. 결국 어린 17살의 기획자는 데니스에 1,800달러를 배상해야 했고 기금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모금을 시작했다. 이 소식이 주변에 알려지자 곳곳에서 기부금을 보냈고, 금액은 목표액을 달성했지만, 세계적인 록 밴드 그린데이(Green Day)가 2,000달러를 추가로 기부하며 결국 4700달러가 모였다고.

밴드 와코 또한 공연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데니스에서 진행한 공연은 정말 멋졌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어린 친구에게 손해배상금을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라고 모금을 독려하는 포스팅을 올렸다. 이 사건의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인터뷰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WACKO 공식 밴드캠프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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