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흩날리는 화사한 봄을 맞았지만 지독한 바이러스로 어느 때보다 푸석푸석한 봄을 방에서 홀로 지새우는 이들을 위해 독일의 전자음악 명가 ‘기글링(Giegling)’이 분주히 움직인다. 기글링 원년 멤버로 멜랑콜리에서 미적 가치와 서정성을 실타래처럼 뽑아내는 미니멀리스트 레아파르 레고브(Leafar Legov). 기글링 소속 전자음악 그룹 케튼카루셀(Kettenkarussell)의 한 축인 그가 홀로 첫 번째 장편작 [Mirror]를 공개한 것.
작년 카세트테이프로 공개된 비트레스(beatless) 앨범 [Never Ending Beginnings], 그리고 2019년을 갈무리하는 기글링 컴필레이션에 디스코를 수록하며 많은 기대를 한몫에 받은 레아파르 레고브. 지난 EP [Family] 등에서 120 BPM 이상의 심박을 추구했던 그가 이번 정규 앨범 [Mirror]에선 이례적으로 100 BPM 이하의 느릿한 다운템포를 선보인다. 또한 느릿한 호흡에 어쿠스틱 악기를 편집, 목가적 앙상블을 섬세하고 노련하게 흘려보내 꿈결 같은 환상과 거울 속 초현실을 묘사한다.
지난 11년간 공개된 약 70장의 기글링 릴리즈 앨범은 모두 바이닐, 카세트로만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반면, 앨범 [Mirror]는 디지털 포맷인 MP3와 WAV를 지원하여 온라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모두가 힘든 시기, 기글링이 특별히 마련한 선물. 자율적인 기부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디지털 음원과 더블 LP 선주문은 4월 20일까지 기글링 공식 웹사이트에서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외출 자제령이 떨어진 와중에도 꽃이 만개하는 여느 봄날처럼 웃음 또한 만개한 세상을 만들고자 소소한 디지털 캠페인 ‘트랜스폼(transform)’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는 기글링 팬들이 자신의 유쾌한 모습을 자발적으로 촬영하도록 독려하고, 촬영된 팬들의 짧은 일상을 아카이빙한다. 그리고 영상은 앨범 [Mirror]에서 가장 해피니스한 트랙 “Hyyde”와 엮어 재생한다.
‘트랜스폼’ 캠페인 참여는 누구나 가능하며 방법 역시 간단하다. 기글링 공식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transform’ 버튼을 클릭하면 화면이 거울로 변신, 당황하지 않고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거울 보듯 자연스럽게 바라보면 끝. 촬영된 영상은 기글링이 무작위로 선정, 이 또한 기글링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기글링의 캠페인에 동참한다면 웃는 얼굴로 화면 속 자신을 주시하자. 모니터 너머로 행복한 세상 건축에 일조하기에 활짝 웃는 얼굴이 제격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