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가 2010년 레코드레이블 R&S를 통해 발표한 두 EP [CMYK], [Klavierwerke]는 그를 퓨처개러지, 포스트 덥스텝의 기린아로 단숨에 끌어올린 작이었다. 그러나 두 EP의 결은 상반되었으니, [CMYK]는 팝 샘플링과 각종 사운드 FX를 엮은 댄스 트랙에 가까운 반면에 [Klavierwerke]은 미니멀 비트 기반에 제임스 블레이크 본인의 음울한 R&B 보이스를 섞는 실험에 가까웠다. 퓨처개러지의 댄스튠과 자신의 음울한 R&B 보이스를 절묘하게 섞을 방도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던 20대의 제임스 블레이크. 그는 오직 두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선택의 시간 역시 그리 넉넉지 않았던 것 같다. 이듬해 2월에 곧바로 셀프타이틀 [James Blake]을 공개하며 자신의 향후 행보가 R&B의 길임을 암시했으니.
그로부터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제임스 블레이크는 넉 장의 정규 앨범과 언더그라운드 인디 뮤지션부터 힙합 뮤지션의 트랙까지 커버하는 다양한 행보를 보인다. 또한 팝스타의 트랙을 손수 제작하며 보다 넓은 스펙트럼도 보였다. 그리고 10월 15일 공개된 EP [Before]는 팝 신(Scene)에서 짬을 먹을 대로 먹은 제임스 블레이크의 노련함과 자신감이 단연 돋보인다. 10년 전의 젊은 제임스 블레이크의 고민, 즉 업 템포의 개라지 댄스 리듬에 자신의 R&B 보이스를 섞는 시도가 비로소 오늘, EP [Before]에서 발현된 것. 제임스 블레이크가 풀어낸 10년의 숙제, 직접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