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초입, 슬슬 찾아오는 무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아무리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을 들어도, 야마시타 타츠로(Tatsuro Yamashita)를 들어도 이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여기 우리에게는 딘 블런트(Dean Blunt)가 선물한 최신 영국식 피서법이 있다.
영국 해크니(Hackney) 출신 뮤지션 딘 블런트가 [Black Metal 2]를 공개했다. 2014년에 발표한 [Black Metal]의 후속작으로 7년 만의 솔로 정규다. 그 사이 하입 윌리엄스(Hype Williams)나 베이비파더(Babyfather) 등의 활동을 이어왔지만, 2013년부터 건설해온 자신의 아트팝(Art Pop)적인 요소들을 성숙히 농축시켜 더 냉소적이고 더 어둡게 돌아왔다. 그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 주변 시류에 무심하다.
이건 런던식 피서. 그래서 그런지 앨범은 워커스(Walkers)사(社)의 ‘솔트앤비니거(Salt & Vinegar)’ 감자칩(Crisps)과 상당히 닮아있다. 높은 염도와 산미가 입맛을 돋우며 청량감을 선사한 뒤 손가락을 빨아먹게 하는 여운을 남기는 것마저 닮았다. ‘과잉과 결핍’의 덕목을 충실히 이행한 믹스는 덤이다.
듣고 있자니 권태로운 어느 해 질 녘, 영국의 어느 동네 공원에 도착해 있다. 동시에 고함을 질러버리고 싶은 기괴함이 충돌해 더위로 흐릿해진 사유를 바로 세운다. 시원하다. 이 앨범을 청취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시…시원해!’라고 포효하는 모습을 발견할 터. 딘 블런트의 묵직한 목소리와 위태로운 기타가 만든 차갑디 차가운 앙상블을 지금 감상해보자.
이미지 출처 | Rough Tr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