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의 힙합 뮤지션 레지 스노우(Rejjie Snow)가 2집 앨범 [Baw Baw Black Sheep]으로 3년 만에 돌아왔다. 본작의 메인 테마는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운드트랙이다. 레지 스노우가 가장 좋아하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모티브로 하였다고. 다소 어둡고 추상적인 커버 이미지의 느낌과는 달리, 동화를 연상케 하는 섬세하고 순수한 감성이 담겨 있다. 그의 음악은 여전히 재즈 힙합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의 성공에 기여하며 언더그라운드에서 꾸준히 저변을 넓혀 온 프로듀서 캠 오비(Cam O’bi)가 힘을 보탰다.
총 14곡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레지 스노우는 한결 여유로워진 호흡으로 잔잔하면서도 뚜렷하게 완급 조절을 해내고 있다. 엠에프 둠(MF Doom)이 생전에 참여했던 트랙 “Cookie Chips”에서는 두 래퍼의 담담한 랩이 소울풀한 비트 위에 편안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앨범 중반부에 흘러나오는 트랙 “Skip to My Lou”의 아기자기한 무드로 동심을 자극한다. 알앤비 싱어 티나셰(Tinashe)의 싱그러운 기운이 드리워진 “Disco Pantz”로 펑키한 매력을 선보이고, 마지막 트랙 “Outro(I Just Wanna Be Me)”에서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는 사운드와 메시지를 건네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뮤지션으로서의 모토로 설정한 ‘상상력’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지켜 나가는 레지 스노우. 무더운 여름 밤, 각자의 어릴 적을 떠올리며 이번 앨범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