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운 인사 영입이 단행되고 있는 유럽 축구계는 전세계 축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허나 이런 가슴 떨리는 인사 영업은 비단 축구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매일 LA 음악 신(Scene)에서는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인사 영입이 단행되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지며 많은 음악 팬의 귀를 흥분시키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LA를 대표하는 명가 중 명가 리빙 레코드(Leaving Records)가 있다.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타임 워프(Time Wharp)의 새 싱글 [Ingenue]을 시작으로 내년 발매 예정인 [Spiro World]에 리빙 레코드와 함께한다는 것이 그 증거.
2010년부터 커리어를 이어온 타임 워프는 엠비언트부터 하우스와 테크노까지 여러 장르에 능한데, 그녀가 익숙치 않다면 2015년 발매한 앨범 [Time Wharp]를 강력히 추천해 본다. 다양한 장르적 실험이 만들어낸 별미를 두고 ‘장르의 변속’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형용하기 어렵다. 질주하는 장르적 쾌감과 조여오는 장르적 스릴이 오묘하게 변주되는 것이 입맛을 돋운다. 이번 싱글 [Ingenue]의 경우 엠비언트와 프로그레시브만을 갖고 단촐한 구성을 취하고 있으나, 이는 결코 단순하지는 않다.
앤지뉴. ‘영화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여자 연기자. 1925년경부터 1960년대까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예쁜 얼굴에 천진난만하고 청순미를 지닌 여인을 가리키던 말(출처: 우리말샘)’. 실로 불순하고 무례한 이 단어를 자처해서 자신을 형용한 타임 워프가 정제하고자 했던 순수함이란 무엇이었을까? 소수자들을 향한 불순물 같은 편견과 형용구를 제거하고, 주체로서의 자아를 정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이러한 이유로 그녀가 능통한 ‘장르적 변속’을 배제하고 순수히 질서와 규칙에 의거한 것이 아닐까?
지난 몇 년 동안 리빙 레코드에서 발매된 음악은 많은 팬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리빙 레코드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해서 혁신적인 인사 영입이 어떤 파급 효과를 초래하는지 익히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밤을 지새우며 그들의 행보를 기대할 뿐이다. 다만 그것이 특정 장르와 스타일에 치중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타임 워프의 신디사이저가 어디를 향해서 가는지 유심히 볼 이유가 여기 있다. 지금 그녀가 남긴 파형의 의의를 곱씹어 보며 감상해보자.
이미지 출처 | Leaving 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