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 눈에 들어오던 꽃을 유심히 관찰하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며 만물에 무한한 호기심을 보이던 아이는 담배 냄새 풀풀 풍기며 연봉과 밀린 카드 대금에 걸쭉한 욕설을 섞어 푸념하는 어른이 되었다. 낭만이다! 조건 없는 설렘, 그것을 낭만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낭만을 손에서 놓는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된다. 우리는 가끔 아이들의 어떤 그림이나 말과 행동을 보고 기괴하다고 생각한다. 낭만을 잃은 어른의 눈에는 순수함 깃든 어린 영혼의 낭만은 그저 사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 우리를 어른의 굳은살로부터 해방해줄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현재 LA를 대표하는 색소포니스트 샘 겐델(Sam Gendel)이 안토니아 사이트리노비치(Antonia Cytrynowicz)와 함께 새 앨범 [LIVE A LITTLE]을 발표했다. 작년 샘 윌크스(Sam Wilkes)와의 협업, 피노 팔라디노&블레이크 밀스 (Pino Palladnio & Blake Mills)와의 협업에서 보여준 숨 막힐 정도의 섬세한 화법이 아닌 느슨하고 투박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으며, 작년에 발표한 자신의 솔로 앨범 [Fresh Bread]에서 보여준 전위성과 사적인 내러티브가 아닌 보편성을 이번 앨범에서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반적으로 샘 겐델 고유 어법은 여전히 유효한 편. 특히 “BLIND”의 경우, 그의 어법이 지닌 향을 온전히 느끼기 충분할 터.
이번 앨범의 협업자로 이름을 올린 안토이나 사이트리노비치. 그녀는 샘 겐델의 동료 마르셀라 사이트리노비치 (Marcella Cytrynowicz)의 동생으로 녹음 당시의 그녀의 나이는 11살. 조금은 투박하고 미숙해 보이는 보컬은 연출이 아닌 실제 모습인 셈이다. 그녀의 즉흥적인 노래에 맞춰 샘 겐델이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며 합을 맞춘 이번 작업은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안토니아 사이트리노비치의 천부적인 재능을 확인하기 충분하다. 아니. 어쩌면 아이들의 지니고 있는 낭만이란 완전함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완전함이 파괴되는 것. 미숙한 것은 우리일 수도.
간혹 아이들의 말이나 그림을 보고 기괴하다 느낄 때가 있다. 마치 “A SIGN”이나 “WONDERING, WAITING” 처럼 말이다. 아이들이 낭만을 기괴로 둔갑시켜버리는 우리는 어쩌면 이 앨범이 지닌 낭만의 심연을 너무 경외한 탓에 두려운 감정에 기괴하다 느낀 것일 수도. 우리 어른들은 고매함에 대해 논하곤 하지만, 낭만 따위를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생활의 편리란 갑옷을 벗고 낭만 가득한 눈으로 세상의 감정들을 볼 수 있도록 이번 샘 겐델과 안토니아 사이트리노비치의 앨범을 빠르게 확인하도록 하자.
이미지 출처 | Psychic Hot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