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자주 하는 뻔한 잔소리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에 버금가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잘하는 것을 해라’라는 말이 있다. 제법 양비적으로 느껴지는 이 뻔하디 뻔한 잔소리는 상황마다 사람마다 달리 표현되며 기능이 먼저냐 형태가 먼저냐보다 골치 아프게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을 이번에 발표된 어느 초대형 앨범에 입력하면 이런 대답이 뜰 것이다. “Syntax Error”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호주 출신 디제이, 프로듀서 몰 그랩(Mall Grab)이 데뷔 앨범 [What I Breathe]를 발표했다. 턴스타일(Turnstile)의 브렌던 예이츠(Brendan Yates)부터 노벨리스트(Novelist)까지 다양한 아티스트가 함께한 이번 앨범은 레이빙을 위한 댄스 뮤직을 총망라한 듯하다. 이처럼 유럽에서 가장 바쁜 디제이 중 한 명인 그의 데뷔 앨범은 다양하게 골라 먹으며 가볍게 춤출 수 있는 트랙들로 가득 차 있다.
서두에 이야기한 어른들의 잔소리를 그대로 적용해보자. 그의 팬이라면 조금은 낯설게 느꼈을 앨범 전반부. 전반부의 경우 최대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엄연한 사실. 살짝 설익은 장르에 대한 접근과 잘못 짚은 과잉의 미덕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긴 하나 여전히 우리의 몸을 춤추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아무렴 듣고 신나면 되는 것 아닌가?
한편, 8번 트랙 “Breathing”을 기점으로 텅 빈 고속도로처럼 우리가 익히 아는 몰 그렙의 장점이 시원하게 질주하고 있다. 몰 그랩의 기존 팬이라면 모르기 힘들 트랙인 “Breathing”이나 “Intercity Relations”를 시작으로 “Metaphysical”에서 비로소 그의 장점이 최고로 극대화된 형태로 발현되고 있는데, 앨범 후반부는 논란의 여지 없는 뱅어들로 가득하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특별할 것 없이 영국의 최신 경향만을 반영한 것이라 비판할 수 있으나, 몰 그랩은 대형 프로덕션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온 그의 언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비교적 유연하게 잔소리를 타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듣고 신나면 되는 것 아닌가?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몰 그랩의 이번 앨범. 초대형 데뷔 앨범을 발표한 28살의 디제이의 어깨에 가해지고 있는 중력은 꽤나 무거워 보이는데, 그의 신시사이저와 드럼 머신은 어디로 향할지 그 귀추를 주목하도록 하자.
이미지 출처 | Looking For Trou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