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a와 Shayne Oliver의 WENCH, 새 앨범 [Greatest Hits ’88 – ’16] 발표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프로듀서이자 디제이 아르카(Arca)와 HBA(Hood By Air)의 수장으로 알려진 셰인 올리버(Shayne Oliver)의 프로젝트팀 웬치(WENCH)가 데뷔 앨범 [Greatest Hits ’88 – ’16]를 NTS Radio를 통해 발표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두 거장의 인연은 2012년 믹스테입 [Swaggot Trilltape]를 발표하며 첫 협업의 형태로 표출하게 된다. 여전히 회자되며 아르카 커리어에서 꽤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HBA의 15년 FW 쇼의 스코어(Score)인 [Sheep], HBA의 16년 SS 쇼를 위해 제작된 Wench의 믹스셋을 비롯해 2016년에 발표한 “Sick”과 “Elmo”까지. HBA와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아르카. 이후 이 둘의 협업이 뜸해지던 찰나, 작년부터 팬들 사이에서 소문으로 무성하던 웬치의 앨범이 짙고 깊은 이 둘의 인연과 역사만큼이나 농후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웬치가 패션쇼와 MP3 믹스테입을 넘나드는 것은 긴장과 혼란의 표현, 다시 말해 분노의 방출을 축하하는 데에 있다. 남자가 여자와 남자의 감정으로 성관계를 갖는 느낌, 여자가 여자와 남자의 감정으로 성관계를 갖는 느낌의 트랜스(Transness)가 그러하다”고 남긴 그들의 말처럼 34분의 러닝타임 동안 일말의 중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입체적인 감정과 내러티브가 담겨 있는 이번 앨범. 같은 맥락에서 과잉과 결핍 또한 어떠한 미덕과 규칙을 따르지 않고 극악무도한 구성과 형태로 폭주하고 있다.

[Stretch] 시리즈와 [Xen]보다 더욱 짓궃어진 아르카식 농담과 그 속에서 유영하는 셰인 올리버의 유희는 우리의 감각과 미추 판단을 마비시켜 버릴 만큼 과하다. 모든 것들이 과하다 못해 파괴적인데, 이전 작품들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쾌락이다. 어쩌면 우리의 오감으로는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이 앨범. 새로운 감각이 필요하다. 그러나 걱정은 말 것. “Snake”이나 “Sexorcist”와 같은 트랙들이 새로운 감각을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필자는 어릴 적 독감에 걸려 심하게 앓은 기억이 있다. 온몸은 들끓었고, 어지러워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당시 용광로의 작은 틈에 끼어 불타는 듯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 기억이 너무나 생경하여 간혹 불타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역설적으로 그때의 경험을 온전히 다시 경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입맛을 다시고는 한다. 이번 웬치의 [Greatest Hits ’88 – ’16]은 필자로 하여금 책갈피가 꽂힌 그 시간으로 완벽히 회귀하게 만들었다. 이들과 동시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며,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34분을 지금 바로 경험해보자.

Arca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Shayne Oliver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NTS Radio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Anonymous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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