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드레이크가 7번째 정규 앨범을 깜짝 발표했다. 본지에서도 다룬 바 있는 [Honestly, Nevermind]는 댄스 트랙으로 가득했고, 때문에 해당 앨범은 빌보드에서 1위를 차지했음에도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렸다.
불호의 편에 선 이들 중엔 도합 428만 명의 유튜브 팔로워를 보유한 음악 평론가 안토니 판테노(Anthony Fantano)도 있었다. 안토니는 자신의 채널 ‘theneedledrop’에서 [Honestly, Nevermind]에 ‘NOT GOOD’을 줬다. 일반적으로 안토니의 앨범 평가는 1~10 사이의 점수와 숫자 앞에 적절한 수식어(Strong, Light, Decent 등)를 붙이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 최악으로 평가하는 작품엔 점수 대신 ‘NOT GOOD’을 주기도 한다. 안토니가 이번 앨범을 얼마나 신랄하게 비판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
2개월 전 업로드된 해당 리뷰 영상은 다른 모든 의견들이 그렇듯 서서히 잊혀져 갔다. 하지만 며칠 전 안토니가 유튜브에 “Drake Slid Into My DMs(드레이크가 내게 DM을 보냈다)”는 영상을 업로드하며 갑자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는 뜬금없이 드레이크가 자신에게 비건 쿠키 레시피를 보냈다며 DM를 공개했다. 이 영문을 알 수 없는 해프닝은 드레이크가 자신의 SNS를 통해 스스로 자신이 보낸 DM을 공개하며 전말이 드러났다.
알고 보니 안토니가 공개한 DM은 유튜브 컨텐츠를 위해 직접 제작한 조작본이었고, 실상은 악평을 참지 못한 드레이크가 직접 안토니에게 모욕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그는 안토니의 평가 시스템을 빌려 “너의 존재는 약한 1점(Light 1)이다. 1점은 너가 단순히 살아있다는 것에 주는 점수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너가 흑인과 결혼했기 때문에 네 존재의 점수를 ‘약한 1점’에서 ‘괜찮은 1점(decent 1)’으로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덧붙였는데, 안토니는 이를 이해할 수 없는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평소에도 본인이 평가한 아티스트에게 종종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는 안토니는 애초에 자신이 해당 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은 웃기고 쓰레기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음을 밝혔다. 그러다 이 상황을 자신의 컨텐츠로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드레이크의 심기를 이렇게까지 건드리고, 그가 소위 ‘급발진’하여 자신의 무덤을 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중들은 안토니가 똑똑한 방법으로 드레이크에게 한 방 먹였다는 반응이다. 또한 ‘드레이크의 체면을 위해 안토니가 메시지 내용을 대놓고 공개하진 않았는데, 드레이크가 자신의 분노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직접 자신의 모욕적인 언사가 담긴 DM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며 ‘정말 웃기고 바보 같은 행동이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안토니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내며 드레이크의 편을 드는 반응도 많았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평론가의 윤리적 이슈나 이번 사건의 잘잘못을 떠나, 발매 당시 드레이크가 앨범 제목 그대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맞받아 쳤던 게 떠오른다. “아직 이해 못해도 괜찮다”더니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걸까?
Anthony Fantano 유튜브 채널
Drake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HipHop 24×7 / Youtube / Stereogum / N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