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 마케팅을 가장 잘 이해하는 MZ 세대 래퍼를 뽑자면 릴 야티(Lil Yachty)이지 않을까. “One Night”의 주인공이 최근에 폴란드로 왁(Wock)을 가져갔다는 의문의 릭(Leak)이 SNS를 통해 돌기 시작하고 야티는 이 릭을 “POLAND”라는 짧은 곡으로 공개했다. 우습지만 중독성이 독한 이 노래는 지난 며칠간 수많은 밈(Meme)으로 가공되어 미국 전역에 돌고있다.
“POLAND”의 비트는 프로듀서 필티(F1lthy)가 총대를 잡았고, 부드러운 레이지(Rage) 신스 소리는 그가 최근에 참여한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의 [Whole Lotta Red]의 사운드가 아직 많이 배어있다. 그러나 “POLAND”가 밈이 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건 비트보다는 릴 야티의 보컬과 가사. 바디프렌드에 몸을 푹 담궈 노래를 부른 듯한 비브라토(Vibrato)와 뜬금없는 가사는 좋은 밈이 되기 위한 최고의 소재다. 벌스 중간중간에 떨리면서 흐르는 “와아아아~”까지… 애드리브 때문에 진지하게 노래를 듣고 싶어도 웃겨서 못 듣겠다.
“Minnesota”와 조 버든(Joe Budden)을 멘붕시킨 무한 긍정 멘탈에서 볼 수 있지만, 릴 야티는 정통 힙합 아티스트들이 내세우는 정체성을 스스럼없이 거스르는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과 자신의 음악을 가볍게 대할 수 있는 이 태도에서 비롯된 “POLAND”의 선풍기 창법은 힙합이란 실체의 대응물을 표방하는 게 아닐까. 힙합은 살아 숨쉬는 영롱한 문화에 반해 힙합이란 본질적인 욕망을 릭과 밈으로 충족하는 욕망의 미끼를 의식하는 메타-오브제 프티 아(objet petit a)가 아닐까?
이번 밈의 화룡정점은 “POLAND”의 훅. “I took the wock to Poland”, 즉 ‘나는 왁을 폴란드로 가져갔지’로 보면 된다. 힙합을 좋아한다면 왁이라는 말을 많이 접했을 텐데, 왁은 린(Lean)의 주재료 보라색 코푸시럽을 만드는 제약사 ‘Wockhardt’에서 따온 코푸시럽의 별명이다. 찰지게 발음된 왁과 선풍기 비브라토가 섞여 일종의 배틀 크라이가 된 것.
훅의 다른 포인트는 야티가 린을 가져가는 목적지. 릴 야티가 왜 코데인을 폴란드로 가져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Me and the boys at 2am looking for beans’ 밈과 같은 문법 구조를 지닌 이 훅은 반전을 가져오는 목적어는 맥락이 없는 게 포인트다.
트랙과 이를 둘러싼 밈이 화제가 되자 지난 며칠간 틱톡부터 유튜브까지 “WooooOOOOOOk” 댓글이 도배되고있다. 이렇게 한 대중힙합 릭이 밈과 SNS를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건 트리피 레드(Trippie Redd)의 “Miss The Rage” 유출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인터넷과 이를 둘러싼 세대를 이해하는 릴 야티는 이번 릭을 정말 잘 활용했다. 힙합 커뮤니티에서 오랜만에 보는 재미있는 곡과 이보다 더 웃긴 밈에 지금 바로 뛰어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