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Zzzaam, 23년 만에 1집 [낮잠] 온라인 발매

드럭(Drug/DGBD), 빵(Bbang), 스팽글 ⋯ ⋯.

홍대 라이브 클럽들을 중심으로 한창이던 한국 인디의 부흥기 한가운데, 잠(Zzzaam)이 있었다. 2000년 1집 [낮잠]으로 데뷔한 밴드 잠은 2002년 2집 [Requiem#1], 2004년 3집 [거울놀이]를 발매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마이너한 사운드임에도 리스너들의 이목을 끌었고, 독보적인 색채로 신(Scene)에 선명한 족적을 남겼다.

3집 이후 잠은 긴 동면에 들어갔다. 더 이상 새로운 작업물은 발매되지 않았고, 그 와중에 1집과 2집은 한정판 피지컬 앨범으로만 존재해 쉽게 접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잠은 서서히 잊혀져 갔고 한때 존재했다가 사라진 수많은 밴드 중 하나로 남는 듯했다.

그리고 약 20년이 지난 지금,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거대한 석상이 움직이듯 잠이 깨어났다. 작년 11월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거 활동 당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들을 산발적으로 업로드하기 시작한 것. 가벼운 인사를 건넨 잠은 [낮잠]의 온라인 발매를 예고했다. 23년 만에 드디어 이들의 데뷔 앨범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잠의 세계는 이름처럼 몽롱하다. 데뷔작 [낮잠]은 이들의 세계관이 가장 뚜렷이 묘사된 작품이다. ‘잠’을 테마로 하는 타 작품들은 대개 ‘꿈’으로 확장되어 붕 뜨는 듯한 사운드로 표현되지만, [낮잠]은 되려 기교를 배제한 채 점점 흐릿해지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 어딘가를 그린다. 슈게이징, 노이즈 락의 요소를 일부 채택하지만, 특정 장르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인상과는 사뭇 다르다. 장르의 틀보다는 밴드가 지향하는 이미지가 우선시되어 다소 미니멀한 구성에 낯선 흐름으로 리프를 꾸려내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한다.

지난 1월 14일 [낮잠]을 공개한 잠은 현재 그들의 잊혀진 유산들을 찾고 있다.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동 당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히며 도움을 요청한 것. 사진, 영상 등 형식을 불문하고 잠과 관련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면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의 여정에 힘을 보태주자.


이미지 출처 │ 잠(Zzzaam), Mania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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