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ichatpong Weerasethakul 영화 사운드트랙이 담긴 앨범 [Metaphor]

도시인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땅 정글.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습기에 숨이 턱 막히고 울창한 숲속나무가 부대끼는 소리, 귀뚜라미와 새가 우는소리, 간혹 들려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맹수의 울음.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 앉으면 작은 이파리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에도 오감이 곤두서는 그곳.

태국의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은 정글을 인간의 유폐된 야생을 일깨우는 초월적인 공간으로 묘사한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은 아피찻퐁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미장-정글’이라고 표현하며 그가 그리는 정글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미한 적이 있다. 그의 사운드트랙 컴필레이션 앨범 [Metaphor]에도 역시 정글의 미학이 오롯이 담겼다.

아피찻퐁의 영화는 소리, 타이밍, 느낌, 본능에 의존해 분위기를 만드는 사운드로 가득 차 있는데, 현장 녹음을 한 듯한 백색소음이 주를 이루다가 중요한 순간에 신스 팝이 흘러나오는 식이다. 해당 컴필레이션 앨범 역시 숲속 사운드스케이프와 앰비언트, 미니멀 테크노가 흘러나오다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태국의 팝 음악이 나오는 식으로 트랙이 구성됐다.

[Metaphor]에는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엉클 분미(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2010)”, “징후와 세기(Syndromes and a Century, 2006)”, 단편 영화 “어블레이즈(Ablaze, 2016)”등의 트랙이 담겨있다.

아피찻퐁과 2004년부터 작업을 같이 했던 사운드 디자이너 아크릿차럼 카라야나미트르(Akritchalerm Kalayanamitr)과 코이치 시미즈(Koichi Shimizu)가 참여했으며, 아피찻퐁의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을 선택해 현장 녹음한 태국의 자연소리에 중동의 산업적이고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덧댔다. 태국의 정글은 아무리 깊이 들어가더라도 낮과 밤 모두 산업 소음이 들리기 때문에 전혀 다른 물성의 소리를 집어넣었다고. 특히 4번 트랙 “Sharjah and Java”와 7번 트랙 “Jenjira’s River”에서 극대화된 이질적 조화를 느껴볼 수 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자국에 실험 영화를 소개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든 스튜디오 ‘Kick The Machine’를 통해 이 앨범을 발매했다. 앨범 발매 당시 ‘Metaphors: An Evening of Sound and Moving Image with Kick the Machine’라는 제목의 전시도 진행하여 아피찻퐁의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 앞에서 연주자들이 직접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아피찻퐁의 정글 미학이 담겨있는 컴필레이션 앨범 [Metaphor]. 그와 사운드 디자이너의 정글에 대한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해석을 느끼며 음악을 직접 들어보자.


이미지출처 │New Yorker, Kick The Mac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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