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인도네시아 팝을 대표하는 밴드 WSATCC의 내한 공연 개최 / 미니 인터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대표하는 6인조 밴드 WHITE SHOES & THE COUPLES COMPANY(이하 WSATCC)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10월 3일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2002년 결성 이후 약 20년 동안 활동 중인 WSATCC는 최근 인터뷰에서 WSATCC의 음악을 레트로 팝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 단숨에 부정하며 “사용하는 악기와 뉘앙스가 항상 진화하고 있다. 변수를 넓혀가며 현재를 담아내는 우리가 바로 인도네시아 팝”이라고 말하는, 명실상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밴드다. 그런 WSATCC가 2020년 발매한 세 번째 정규앨범 [2020]은 밴드의 여정과 도시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가사, 영화 같은 팝 음악을 만들기 위한 탐구가 담겨있어 밴드의 현재를 정확히 보여준다.

10월 3일, 황금연휴의 대미를 장식할 장소로 ‘채널 1969’가 낙점, 쾅프로그램과 하세가와 요헤이가 공연을 서포트할 예정이다. 공연에 앞서 WSATCC를 한국으로 초청한 ‘헬리콥터 레코드’의 기획자 박다함은 밴드 멤버 6인과 대화를 나눠 본지에 기고했다. 이하는 그 대화문으로 공연에 방문할 예정이거나, 혹은 인도네시아 팝에 호기심이 생긴 독자라면 음악과 함께 찬찬히 살피자.


Interview

처음 만나는 한국의 리스너들을 위해 WSATCC에 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밴드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보들이 있겠지만, 이번 투어를 맞아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부분부터 시작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Mela: 안녕하세요! WSATCC는 70년대 튀르키예 훵크 음악과 인도네시아 팝 음악을 듣는 것에 중독된 다재다능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행복한  6명의 자카르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만나면 역사를 좋아하는 Ricky가 전 세계 프로파간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갑자기 Saleh과 Sari가 브로큰 비트, 퓨처 재즈 음악을 들려주죠. 잠시 후에 다 같이 중국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K-POP으로 끝납니다(웃음). WSATCC는 당신의 도시락 안에 있는 매우 독특한 간식 꾸러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디 WSATCC의 공연에 흰 신발을 신고 와 주세요. 그러면 대학 시절 캠퍼스의 즐거웠던 시절처럼 우리의 형제자매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시절 흰 신발을 신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밴드의 멤버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앨범 [2020]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앨범 [Album Vakansi] 이후 10년 만에 발매한 앨범인데, 어떤 점을 주로 보여주고 싶었나요. 과거의 음반과 다르게 표현하려고 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Ricky: 드디어 10년 만에 지난 몇 년간 이야기해 온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질문이 “이 노래들이 과연 어떤 느낌이 될까?”였는데, 우리가 이전과 동일한 주제와 앨범 컨셉을 반복한다면 매우 단조로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가능한 한 실험적인 노래들을 자유롭게 만들기로 동의했고, 그렇게 앨범 [2020]의 첫 번째 노래, “Variasi Barongko”가 탄생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전 앨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사운드와 음악적 편곡을 혼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본질적으로, WSATCC의 리스너에게 우리 음악에 대한 새로운 청취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Rio: 앨범 [2020]이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웃음). 빡빡한 공연 일정과 밴드의 여러 프로젝트 사이에서, 2016년부터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죠(웃음). [2020]은 다양한 감독들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우리는 각 노래에 대해 아주 좋은 비주얼을 만들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곡마다 다른 개성과 이야기, 그리고 인생을 보는 방식에 대한 관점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각 곡의 스토리는 동료 작가들과 공유하며 성장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전해준 내레이션, 영상, 노래를 바탕으로 머릿속에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레트로 팝이라는 평가에 대해서 부정하며, 사용하는 악기와 뉘앙스가 항상 진화하고 있다고 답변한 거로 기억합니다. 저도 생각하기에 WSATCC가 장르적으로는 디스코, 훵크, 인도네시아 팝의 황금기까지 과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밴드의 편곡으로 지금의 팝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WSATCC의 음악이 무엇이냐” 라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어요?

John: 거의 모든 곡의 편곡이 다릅니다. 우리는 디스코와 말레이, 펑크, 삼바, 부갈루, 스윙, 발라드, 라틴, 아프리카 사가, 차차 허슬, 정글, 서양의 클래식 음악과 같은 여러 음악 스타일을 혼합하고 때로는 같은 곡 안에서 다른 음악의 박자로 바꾸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저희만의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한 앨범의 각 곡이 매우 다르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안에  WSATCC만의 특징이 묻어납니다. 실제로 첫 번째 앨범부터 최신 앨범까지의 음악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방식, 무대에서 라이브로 공연하는 방식에 대한 우리만의 레퍼런스가 증가하면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우리 음악은 인도네시아 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Sari: 저는 팝이 항상 우리 음악의 주요 기반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인도네시아의 황금시대 음악과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성공했던 인도네시아 영화 사운드트랙에 영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단히 우리의 음악은 인도네시아 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요즘 음반 업계의 젊은이들은 종종 인도네시아 황금시대의 음악을 인도네시아나(Indonesiana)라는 용어로 부릅니다. 

WSATCC의 디제잉을 보면 미국의 훵크, 소울부터 영국 포스트펑크, 일본 시부야케이까지 다양하게 멤버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확인할 수 있는데, 그리고 이 음악들이 꽤 밴드의 음악에 영향을 준 음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멤버들이 개별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 추천해 줄 수 있나요?

Ricky: 현재 ‘Ostinato Records(뉴욕 기반의 레이블, 주로 아프리카 음악을 리이슈하고 있다)’에서 나온 Jantra의 [Synthesized Sudan] 음반을 듣고 있고, 또 ‘Jakarta Records(베를린 기반의 레이블)’의 음악가 Carthago, Ahmed Malek, Zohra 의 음반들을 듣고 있습니다. 서아프리카 베냉의 밴드 Orchestre Poly- Rythmo de Cotonou, 피치카토 파이브, 코넬리우스,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쉰 등의 시부야 케이는 필수입니다.

Sari: 저는 정말 많은 장르를 들어요. 개인적으로 춤을 추게 만드는 음악을 좋아하죠. 아마도 삼바, 달콤한 보사노바, 비밥 재즈,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모타운 레코드의 클래식 훵크 소울, 그리고 제 귀를 만족시키는 실험적인 사운드의 음악을 좋아해요. 토와 테이, 디지 길레스피, 디온 워릭, 엘라 피츠제럴드, 아스트루드 질베르토 등을 매우 좋아합니다. 저의 10대 시절은 토킹 헤즈, B-52, 코넬리우스, 러쉬, 엘라스티카, 루셔스 잭슨, 블러, 소닉 유스 등과 같은 많은 얼터너티브 록과 뉴 웨이브 음악을 듣는 것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Rio: 음, 저는 정말 다양한 음악과 함께 자랐어요. 제일 큰 영향이라면 사이먼 앤 가펑클,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앤 영입니다. 지난 5년간은 재즈, 하우스, 그리고 그사이에 있는 음악가들 Soulstance, Mario Biondi, Paco Versailles 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Saleh: 저는 인도네시아 멜라유 오케스트라 음악과 재즈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10대 때는 하드코어, 메탈, 프로그레시브 록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Cynic, Sick of it all, Cypress Hill, Jazztronik, Kyoto Jazz Massive와 같은 퓨처 재즈, 브로큰 비트 장르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Mela: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공부했기 때문에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것과 인디 팝의 혼합된 조합이 저에게 관련 레퍼런스에 대해 더 많이 배울 기회를 주었습니다. Semi Colon, Lijadu Sisters, Lady Smith Black Mambazo와 같은 Psych African 음악을 듣습니다.

John: 저는 Margie Segers, Bubi Chen, Gene Krupa, Dave Brubeck, Stewart Copeland, Billy Cobham, Steve Reich, Susumu Yokota, and Keziah Jones 같은 음악가들을 듣습니다.

멤버들이 아트 스쿨에서 만나게 된 사이라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앨범 커버부터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많은 부분을 직접 관여하여 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DIY라기보다 협업하는 과정으로 보이는데, 밴드의 음악부터 그 외적인 부분까지 프로덕션 과정에 대한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Saleh: WSATCC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밴드에 필요한 것을 제작하고자 하는 모든 협의 과정에서 협업이라는 아이디어가 유기적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 멤버 각 개인이나 공동 작업자의 손길이 그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는 동시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밴드가 문화, 예술계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일 수도 있죠. 어쩌면 그것이 지금까지 밴드로서의 우리의 컨셉을 더욱 풍부하고 강화해 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Sari: WSATCC는 다양한 측면을 다루는 우리의 창작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음악과 예술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습니다. 6명을 제외한 제작팀 전체가 같은 대학 캠퍼스에서 함께 미술과 음악을 전공하고, 2004년 첫 제작팀이 운영된 이후로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모든 팀원이 각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술과 디자인에 배경을 가진 Rio, Saleh, 그리고 저는 앨범 커버와 굿즈 등에서 시각적 요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학부 출신인 Ricky, John, Mela의 경우, 녹음 시 프로덕션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추가 뮤지션의 악보 작성 등을 진행합니다. 모두가 각자 맡은 부분을 채우고 실행합니다. 

멤버 모두가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지금까지 영화 사운드트랙에도 꽤 참여했고, 앨범 [2020]은 PLAINSONG의 협력으로 라이브 영화로 제작까지 되었는데, WSATCC에게 영화는 왜 그렇게까지 매력적인가요, 그리고 WSATCC가 만약에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식의 작품이 될까요?

Sari: 우리는 영화가 하나의 완전한 패키지를 갖춘 예술이자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감각적으로 소화되고 영감을 주는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다르죠. 언젠가 실제 영화를 개봉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풍자로 가득 차 있을 수도 있고, 음악과 청각적 유희가 가득한 액션이나 스릴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Rio: 흠… 일종의 B급 영화일지도 모르겠네요(웃음). 각 장면마다 연결된 단편이 많아서 약간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양연화”, “2046”, 웨스 앤더슨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입니다.

우연히 처음 만나게 된 WSATCC의 앨범은 [Menyanyikan Lagu2 Daerah]였습니다. 그 앨범을 레코드가게가 아닌 책방에서 발견하고 구입한 다음, 그 당시 인도네시아의 음악에 대해서 거의 지식이 없을 때 듣고 단순히 좋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정보를 찾아보고 인도네시아의 60~70년대 음악을 재해석한 음반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전히 공연 레파토리에도 자주 들어가는 트랙들이 있던데, WSATCC가 생각하는 인도네시아 팝 음악, 과거 음악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Sari: 인도네시아는 군도 국가로 다양한 부족의 모국어 또는 방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Membawakan Lagu2 Daerah] 앨범에서 이런 여러 모국어로 노래하는데, 그중 하나는 서부 자바어와 베타위어(자카르타 원주민)입니다. 1960년대 인도네시아 음악가들은 서양의 다양한 장르를 자신들이 연주한 지역 노래 편곡에 접목했는데, 이는 서구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인도네시아어처럼 들리는 독특하고 신선한 레퍼런스가 되었습니다. 

저도 우주만물에서 인도네시아의 음악가 FARIZ RM, HARRY ROESLI 앨범의 리이슈를 판매하면서 느꼈지만, 인도네시아 팝 음악은 굉장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WSATCC가 한국의 리스너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인도네시아의 음악가 리스트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Ricky: 첫 번째로 Orkes Kumbang Tjari를 들어보세요. 평소에 살루앙 악기로 연주되는 전형적인 미낭(서부 수마트라) 음악과 빠른 템포의 차차 음악이 만나는 야성의 음악이 존재합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살루앙 악기가 아닌 기타로 연주되어 남미음악과 전형적인 미낭 음악이 융합한 듯한 느낌이 들어 새롭습니다. 다음으로 자카르타의 소리풍경을 완벽하게 사이키델릭 록 음악으로 풀어낸 밴드 Panbers의 첫 번째 앨범도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곡은 프로듀서 Dick Tamimi의 마법과 같은 효과로 만들어진 노래 “Haii”와 “Jakarta City Sound”입니다. 마지막으로 앨범 전체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고 “Jawab Nurani”라는 곡에서 보컬을 맡은 음악가 Fariz RM이 이끄는 그룹 Transs의 앨범 [Hotel San Vincente]를 추천합니다. 파격적인 신디사이저 솔로와 타이트한 리듬 세션의 싱커페이션이 완벽한 앨범입니다.

Sari: 클래식 소울, 펑크, 재즈를 좋아한다면 Bubi Chen과 Jack Lesmana의 앨범[Kau dan Ak]와 Benny Likumahua와 Perry Pattisellano가 참가한 앨범 [Selembut Kain Sutera]를 추천합니다. 두 앨범 모두 ‘Hidayat Records’에서 발매되었습니다.

공연장에서 만날 한국의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어떤 모습의 라이브가 될지 등에 대한 힌트를 줘도 좋습니다. 

밴드로서 한국에 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서울의 음악 애호가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요!  자카르타에서 온 다양한 사운드를 연주할 예정이니 여러분 모두가 저희의 음악을 통해 저희의 도시, 자카르타가 어떤 도시인지 상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의 공연을 즐겨주세요. 

WHITE SHOES & THE COUPLES COMPANY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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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황선웅
Interviewer │ 박다함
Translator │ 신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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