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트루멘탈 앨범 [Five Easy Hot Dogs]에서 199곡 분량의 데모 컬렉션 [One Wayne G]로 이어지는 상반기의 맥 드마르코는 마치 끝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원래도 바닷속 미역처럼 흐물거리는 인상을 주던 그였지만, 두 작품에선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없이 흘러내리는 모양새였다. 유일한 공식 소통 창구라고 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에선 무지개 다리를 건넌 자신의 고양이 피클스(Pickles)에게 헌정하는 3개의 뭉클한 영상과 음악만이 업로드될 뿐이었다.
지난 해 공연 중 은퇴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있는 만큼, 리스너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조금씩 새어나왔다. 이에 맥은 지난 6월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은퇴설을 일축시켰다. 예전의 재기발랄함보다는 어딘가 해탈한 도인의 모습으로 얼굴을 비춘 그는, 진짜 은퇴가 아닌 ‘예전부터 그래왔던 방식으로부터의 은퇴’를 선언하며 인생의 새로운 국면으로 발을 내딛었음을 암시했다.
이후 맥 드마르코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새로운 작품을 통해 다시금 흥겨운 바이브를 보여주고 있다. 알란 팔로모(Alan Palomo)와의 “Nudista Mundial ’89”, 아이드레스(Eyedress)와의 “The Dark Prince”로 이어지는 콜라보레이션 트랙에 이어, 그가 이번에 만난 사람은 라이언 패리스(Ryan Paris)다.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이탈로-디스코(Italo-Disco) 트랙 “Dolce Vita”의 주인공이다.
둘은 독특한 인연이 있는데, 7년 전 피치포크(Pitchfork)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Pepperoni Playboy”에 출연한 맥이 라이언과 “Dolce Vita”를 칭송한 것을 시작으로, 유튜브를 통해 서로 영상편지를 주고 받으며 콜라보레이션을 약속한 것. 당시엔 “Dolce Vita”의 리믹스 형태로 작업이 논의되었으나 큰 진전은 없었고, 으레 그렇듯 둘의 만남은 유야무야된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잊혀진 이 협업 제안이 무려 7년이 지나고 나서야 성사되었다. “Dolce Vita”의 리믹스는 아니지만, 이탈리아의 노을과 잘 어울리는 R&B 듀엣 트랙 “SIMPLY PARADISE”다. 맥 드마르코 특유의 미니멀한 기타 사운드 위로 중후한 목소리의 라이언 패리스가 감미로이 노래한다. 해변에서 반장갑을 한 짝씩 나눠끼고 선보이는 뮤직비디오에서의 댄스 퍼포먼스는 기대만큼 유쾌한 모습이다. 지금 바로 확인해보자.
Mac DeMarco 공식 웹사이트
Ryan Paris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Mac DeMarco & Ryan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