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렉트 메시지로 다운로드한 영상처럼, 추억도 종종 뿌옇게 잔상이 남는다. 지나간 시간 중 흐른 기억과 남은 추억이 명암 없는 윤곽으로만 남았을 때, 프로듀서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 이하 OPN)는 이번 앨범을 위해 이 희미한 감정에 음악이라는 살을 덧붙였다. 그를 거쳐간 음악을 엮은 결과물이 바로 최근에 발표한 그의 10번째 정규 앨범 [Again]이다.
매사추세츠 주 시골에서 첫 앨범을 녹음한 시점부터 더 위캔드의 음악을 총괄하기까지 16년, OPN은 그간 작곡가의 작곡가로 손꼽힐 정도로 수많은 사운드를 창조해 왔다. 그는 이번 앨범이 긴 커리어 동안 축적한 지혜와 경험을 자서전의 형태로 풀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고 보면 “다시”라는 제목이 찰떡일 정도로 많은 부분이 친숙할 때가 많은 반가운 앨범이 될 수 있다. 롤랜드 주노 60(Juno 60) 신시사이저부터 AI까지, [Again]은 그의 과거와 이로 유추된 현재와의 대화처럼 전개된다. 따로 흐르는 두 선율이 교차해 젖은 종이 위의 잉크처럼 퍼지기도 하고, 화사하게 솟아오르기도 한다. “Locrian Midwest”에서 실타래처럼 튕기는 신스처럼 선율이 퍼질 때가 있고, “Nightmare Paint”처럼 무뚝뚝하게 선율이 풀릴 때도 있다. 시우 시우(Xiu Xiu)의 도움으로 우울한 아트 록 색이 빛나는 “Krumville”은 심해 아래에서 바라본 햇살처럼 물결친다. 56분간 펼쳐지는 [Again]의 때로는 아른하고 때로는 강렬한 다양한 매력을 촘촘하게 쌓았다.
13곡에 걸쳐 오디오 콜라주, 글리치, 사이키델릭 멜로디 등 [Again]은 OPN을 시대의 작곡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모든 요소가 포개어졌다. 수면 위로 퍼지는 물결처럼 다시 돌아보면 다른 모습을 갖춘 앨범이기에, 들을 때마다 의미와 가치를 키우는 확장적인 경험을 선보인다.
다양한 각도로 접근 가능한 [Again]이지만, OPN의 근래 생각과 경험을 엿보고 싶었다면 위에 최근에 공개한 NTS 방송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기억되고 잊혀지는 것, 이런 과거를 다시 꺼낸다는 것은 많은 이에게 겁날 수 있는 일이다. 그가 어떤 감정을 앨범에 풀어놓았는지는 이 모두를 들어보고 판단을 해야겠지만, 그만큼 OPN은 다양한 감상을 수반할 수 있을 정도로 밀도 있는 음악을 만든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