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게임계 절대 강자로 군림한 ‘닌텐도(Nintendo)’. 자업자득으로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에 왕좌를 빼앗기고 복권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처참히 실패를 맛본다. 닌텐도는 신임 사장으로 이와타 사토루(Satoru Iwata)가 취임한 이후에 큰 개혁을 결심한다. 닌텐도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게임인구를 확대하는 것. 고령화로 대두되던 일본의 큰 사회적 문제점에 역발상으로 노인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게임을 개발하는 게 궁극의 목표였다. 그리하여 출시된 게임기가 바로 그 유명한 ‘닌텐도 DS’다. ‘DS’는 휴대용 게임기로 듀얼 스크린에 감압식 터치 스크린을 탑재하여 닌텐도의 의도대로 큰 성공을 거뒀다. 연이어 가정 거치형 게임기 ‘Wii’도 출시했다. ‘Wii’의 시그니처는 플레이어의 동작을 인식할 수 있는 막대 모양의 체감형 리모컨. ‘DS’와 ‘Wii’의 거듭된 성공에 닌텐도는 게임 시장 내에서 크게 반등해 제2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제목의 ‘터치! 제너레이션즈(Touch! Generations)’는 터치 스크린, 동작 인식, 마이크 기능을 활용하는 게임기 ‘DS’와 ‘Wii’의 특성을 활용하는 게임 시리즈를 닌텐도가 명명하는 용어다.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 “말랑말랑 두뇌학원”를 비롯한 기능성 게임과 강아지 육성 게임 “닌텐독스(Nintendogs)” 등의 ‘DS’ 게임, 그리고 “Wii Sports”, “Wii Fit” 등이 ‘터치! 제너레이션즈’ 시리즈로 출시된 게임이다. 아마 ‘스펀지’의 성우 김종성씨의 익숙한 목소리 혹은 장동건, 안성기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TV 광고로 ‘터치! 제너레이션즈’ 시리즈 게임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터치! 제너레이션즈’는 동명의 음악 CD로 제작되어 판매된 적이 있다. 이는 ‘DS’ 게임과 ‘Wii’ 게임의 주요 타이틀 음악 등을 담고 있는 CD로 일본 클럽 닌텐도 회원에게 400포인트에 판매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베이(ebay)와 디스콕스(Discogs) 등 중고 음반 장터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매물로 평온한 일상의 BGM을 찾던 독자에게 해당 사운드트랙을 추천한다. 온 가족이 즐기는 게임이 목표였던 만큼 시리즈의 음악 또한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완곡하고 온화한 어쿠스틱 기반의 멜로디가 중심핵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고취되지 않고, 한편으로는 남국의 정취를 풍기기도 하여 침대 위 안락한 휴식에도 매우 유효하다.
닌텐도의 앙증맞은 체험, 기능형 게임은 타 액션 및 어드벤처 게임에 비교적 임팩트가 없었을 것이기에 음악 또한 게이머들의 뇌에 깊이 각인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DS’와 ‘Wii’ 사용자가 코어층이 아닌 점 때문에 더더욱이다. 그러나 온전히 게임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반복적이거나, 캐치하게 설계된 담백한 음악은 그 한계를 초월하여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성대를 맴도는 중이다.
작년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음악 플레이리스트 “지능이 떨어지는 브금”을 느긋하게 즐긴 이들이라면 ‘터치! 제너레이션즈’ 시리즈 음악도 꽤 반길 것 같다. “Wii Sports”를 비롯한 ‘터치! 제너레이션즈’ 주요 음악은 토타카 카즈미(Kazumi Totaka)가 제작했다. 토타카는 “동물의 숲” 시리즈의 사운드 디렉터이자 캐릭터 K.K의 장본인으로 “지능이 떨어지는 브금”에서 재생된 트랙은 모두 게임 “동물의 숲” OST였기 때문이다.
‘터치! 제너레이션즈’에서 필자가 특별히 추천하는 곡은 보사노바 대부가 연상되는 곡 “Kitchen Bossa”. 요리 내비게이션 “健康応援レシピ1000 DS献立全集(건강 응원 레시피 1000 DS 메뉴 전집)”에 수록된 곡으로 토타카의 악풍은 닌텐도 어느 게임에서나 한결같은 여백을 보였지만, “Kitchen Bossa”는 스트링 오케스트레이션을 첨가하여 꽤 깊고 여백 없는 악풍이 매우 인상 깊다. 뿐만 아니라 와카이 하지메, 나가타 켄타, 미네기시 토루 등 닌텐도 소속 유명 작곡가들이 제작한 재즈와 포크, 신디사이저 기반의 간결한 루프곡들을 만나볼 수도 있으니, 눈 내린 오후 평온함을 찾고 싶은 독자라면 상하단의 유튜브 영상을 하나씩 재생하여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