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유튜버 아야츠노 유니(Ayatsuno Yuni)의 노래 “내꺼 하는 법”이 지난 1월 31일, 전자 음악 프로듀서 아이오반(Aiobahn)에 의해 리믹스되어 돌아왔다.
아야츠노 유니는 한국의 버추얼 유튜버 그룹인 스텔라이브(StelLive)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설정상 유니콘 나라에서 왔다고 하지만, 그녀의 방송을 보고 있으면 한국어를 서투르게 하는 일본인이 강하게 연상된다. 어색하면서도 중독적인 말투, 그와 대비되는 한국어 욕과 매운맛의 드립은 유니만의 특징이다.
2023년 7월 20일, 다른 노래의 커버 버전을 발표하던 유니는 “내꺼 하는 법”이라는 오리지널 곡을 공개했다. 카와이 베이스 장르의 이 곡은 미니멀하면서도 통통 튀는 느낌의 곡 구성, 어색하지만 개성 있는 유니의 목소리,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odyk가 담당한 뮤직비디오의 애니메이션이 맞물려 많은 호응을 받았다.
“내꺼 하는 법”이 의외로 인기를 끈 곳은 다름 아닌 군대에서였다. 지금 군대에서는 IPTV 서비스인 ‘지니 TV’를 통해 각종 방송과 영상을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를 자주 재생하는 ‘씹덕’ 선임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결국 곡 발표 열흘 뒤인 7월 30일, “내꺼 하는 법”은 뉴진스나 르세라핌 등 쟁쟁한 걸그룹을 제치고 지니 TV 뮤직 인기 순위에서 1위를 달성했다.
한편, “내꺼 하는 법”의 뮤직비디오는 아이오반의 리믹스 버전이 공개될 것을 예고하며 끝난다. 아이오반 또한 한국 출신의 전자 음악 프로듀서이나, 한국보다는 일본 등 해외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일본 서브컬처나 동인 음악, 혹은 몬스터캣(Monstercat) 등의 EDM 레이블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미 그의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아이오반의 이름이 더욱 알려지게 된 것은 2022년 발매된 인디 게임 “니디 걸 오버도즈(NEEDY GIRL OVERDOSE)”의 음악으로 참여한 뒤부터이다. “니디 걸 오버도즈”는 멘헤라 소녀를 유튜브 스타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으로, 시의적절하고도 자극적인 소재와 스토리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아이오반이 제공한 칩튠 풍의 BGM, 게임 테마곡인 “INTERNET OVERDOSE”, “INTERNET YAMERO” 등은 위태로운 주인공의 정신 상태를 보여줌과 동시에 강렬한 중독성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번에 나온 아이오반의 “내꺼 하는 법” 리믹스도 “니디 걸 오버도즈”의 음악 못지않은 광기를 품고 있다. 원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따라가는 듯하더니, 훅 구간에서 갑자기 리딤 비트가 나오며 분위기가 반전된다. 무언가 부술 것처럼 드럼이 울리고 베이스가 꿈틀대다가, 클라이맥스에서 갑자기 해피 하드코어로 장르가 바뀌며 어떤 엑스터시를 경험하게 한다.
곡 분위기에 맞게 바뀐 뮤직비디오도 함께 볼 만하다. 기존 뮤직비디오에 구형 컴퓨터를 연상시키는 픽셀 효과를 주었고, CGA 그래픽 카드 특유의 시안과 마젠타 색상으로 일러스트의 색을 다시 입혔다. 사이버틱한 분위기와 눈 아프게 번쩍이는 장면들로 보아 이번 리믹스가 “INTERNET YAMERO”의 연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곡의 유니가 풋풋하고 사랑스러웠다면, 리믹스 버전의 유니는 승인 욕구로 가득 찬 무서운 소녀라 봐도 좋을 것이다. 역시나 리믹스 발표 후 사람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새로운 맛이라 좋다는 의견도 많지만, 아무리 들어도 적응되지 않는다는 의견 또한 많다. 그렇더라도 이 리믹스가 유니의 이미지를 해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은 접어 두어도 된다. 어색한 한국어로 어질어질한 드립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 대던 것이 유니의 매력이었으니 말이다.
아야츠노 유니를 잘 모르더라도 “내꺼 하는 법”을 들은 적이 있거나, 아이오반의 음악을 자주 듣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리믹스를 함께 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