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코 미국에서 가장 큰 TV 이벤트이자 연례적인 대행사인 슈퍼볼(Super Bowl). 매해 40%를 웃도는 시청률과 1억 명 이상의 시청자를 보유한 만큼, 경기 중간에 방영되는 광고 스팟을 두고 새로운 제품과 소식을 수백만 명에게 홍보하려는 각종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광고는 다름 아닌 버라이즌(Verizon)의 것으로, 비욘세(Beyoncé)와 함께 그녀의 정규 7집 [RENAISSANCE]의 두 번째 막인 ‘act ii’를 곧 발매할 예정이라 광고를 통해 밝혔다.
이번 광고는 비욘세가 자신을 본뜬 바비(Barbie) 인형 ‘Bar-Bey’와 인공지능 로봇을 발표하는 등 각종 기상천외한 신규 콘텐츠를 통해 소위 인터넷을 ‘찢으려(break the internet)’ 노력하는 모습을 담았다. 비욘세가 아무리 인터넷을 다운시키려 노력해도 굳건한 버라이즌 네트워크, 마침내 비욘세는 광고가 끝나기 직전 최후의 보루로 “신곡을 드랍해”라고 외쳐 버린다. 광고가 방영된 직후 비욘세는 오는 3월 29일 [RENAISSANCE]의 ‘act ii’가 공개될 예정이라는 소식과 함께 두 신곡을 발표했다.
‘act ii’의 발표와 함께 공개된 공식 트레일러는 벌써 조회수 60만을 바라보고 있으며 신곡 “Texas Hold ‘Em”과 “16 Carriages”의 비주얼라이저 또한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광활하고 거친 미국 서부를 연상시키는 트레일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번 ‘act ii’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통 음악에 해당하는 컨트리 장르를 테마로 한다. 미국 남부의 민속 음악에서 발전한 컨트리 음악은 예로부터 백인 노동자 계급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취급되기도 했는데, 컨트리 음악에서 흔히 쓰이는 밴조(banjo)가 17세기 초 아프리카 노예들에 의해 미국으로 전해지며 미국 전통 사운드에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영향을 의식했는지 이번 신곡에 기용된 리애넌 기든스(Rhiannon Giddens)나 로버트 랜돌프(Robert Randolph) 모두 흑인 문화와 전통 컨트리 악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아티스트들인 것으로 확인된다. 비욘세가 ‘act i’을 통해 하우스 음악을 개척한 흑인 퀴어 커뮤니티를 조명했듯이,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컨트리 음악을 재해석하고 흑인 아티스트들이 장르에 기여한 바를 보여줄 것인지 기대되는 바이다.
한편, 광고의 풀 버전에는 비욘세가 ‘iamSlayonce’라는 트위치(Twitch) 스트리머로 변신하여 네코미미 헤드셋을 장착하고 게임에 열중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향후 발매될 ‘act iii’의 테마로 E-소녀(E-Girl) 음악을 기대해 본다는 유머러스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해당 트위치 계정은 실제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색다른 행보로 말 그대로 인터넷을 찢어버린 비욘세, 통통 거리는 밴조와 기타 사운드가 가득한 그녀의 신곡을 들으며 ‘act ii’를 기다려보자.
이미지 출처 | W Magazine